|
해 뜨는 지평선
가을의 하롯밤 나들이 |
|
가정의 번잡함을 피하고 새로운 정과 기쁨을 알뜰살뜰히 향락하게 위함이던지, 첫날밤을 호텔에서 치르게 되었는데, 그 날 밤 새로 한 점 가량 되어 이 행복에 싸인 신방의 문을 박차고 난데없는 청년 한 명이 뛰어 들어와 섬섬한 비수로 신랑을 난자하여 원앙금침이 피투성이가 되는 불상사가 돌발하였더라.
그 다음에 다시 칼럼을 나누어 ‘범인 부지거처’(犯人不知去處)란 작은 제목 밑에는, 박 사장이 혼례식 당야에 어떤 청년의 칼을 맞았다 함은 별항 보도와 같거니와 피해자는 왼편 팔에 길이 오촌, 깊이 삼분의 상처를 입었을 뿐이요 생명에는 별조가 없다 하며, 이 급보를 접한 소관 서대문서에서는 아닌 밤중이건만 서장까지 출동하는 일변으로 강전(岡田) 사법계 주임이 경찰의와 십여 명의 정사복 경관을 대동하고 현장을 검사하였으며 또 한 번으로 즉시 비상소집을 하여 범인 체포에 노력하였으나 범인은 어느 결엔지 벌써 엄중한 경계망을 돌파하고 자최를 감췄으므로 작일 정오까지 아모런 단서를 얻지 못하였다더라. --- “해 뜨는 지평선” 중에서 어느 가을 나는 이럴 수도 없고 저럴 수도 없는 참담한 경우를 당한 일이 있다. 처음 온 수토(殊土). 아는 사람 하나 없는 낯선 타향에서 나는 주머니에 돈이라고는 쇠천 샐 닢도 없고 하롯밤 눈 붙일 곳도 없는 내 자신을 발견하였다. 처음 와서 이틀 사흘 지나는 동안에 내 몸에 붙어 있는 것으로 없어도 출입 못하게 되잖을 것을 있는 대로 다 팔아 먹은 나는 그 시가지를 나와 증기선 부두가 있는 ‘이스테’라고 하는 데를 가 보았다. 거기는 항해의 시절이면은 거친 노동자의 생활로 하여 뒤끓는 듯하던 곳이건만, 시방은 적적히 사람의 그림자 하나 어른거리지 않았다. 그 때는 벌써 시월의 마지막 날인 까닭이다. 축축이 젖은 자각 돌멩이에서 자각 돌멩이로 발을 질질 끌며 그 어디 면포(??)의 조각이 떨어져 있지나 않았는가 하고 눈에 불을 켜면서 나는 인적이 끊어진 건물과 창고 가로 빙빙 돌아다니었다. 그러면서 먹을 것이 넉넉함은 얼마나 좋은 일이랴 하였다. --- “가을의 하롯밤”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