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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희생화 화형 동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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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월 어느 치운 저녁 때 라펠은 긴탈드 공을 따라 한 썰매를 같이 타고 마조베카 거리의 ‘붉은 집’이란 비밀결사본부를 찾아갔다. 곰털 외투로 몸을 쌌건만 한열이 왕래하는 것처럼 그는 몸을 덜덜 떨었다. 그 집 대문을 지나 어둑한 길로 그는 들어섰다. 긴 복도에 등잔 한 개가 가물가물할 뿐 어둠속이나 별로 다름이 없다. 그 복도가 끝난 곳에 문이 있고 공이 그 문을 열어 조그마한 방에 라펠을 넣어두고 나가더니 이삼 분 후에 다시 돌아온 때는 검은 ‘프록 코트’에 단초를 모조리 끼우고 검정 양말, 쇠단초가 달린 구두를 신고 있었다.
둘은 덤덤히 텅 빈 캄캄한 방 두 개를 지나노라니 문득 문 하나가 벼락 치는 듯한 무서운 음향을 내며 확 열리자 라펠만 오직 홀로 남았는데 둥근 천장의 들창을 모조리 검정 포목으로 가린 어두컴컴한 방 속에 들었다. 거기는 검정 탁자가 한 개 놓였고 그 위에 백골 한 개, 백골 속에는 초 한 자루가 켜 있다. 좌우를 둘러보매 방구석에는 두개골, 요골, 손발의 뼈가 디굴디굴 구른다. --- “조국” 중에서 사초 부인은 남편을 끝끝내 속일 수 없어 이실직고는 하였으나, 혈마 딸이 잡혀 오리라고는 꿈에도 생각지 못하였었다. 자기 잠든 사이에 자최를 감추었으니 지금쯤은 멀리 서라벌을 떠나 있을 터이고, 또 잡으러 간 사람들이 제집에 부리는 하인들이니 기를 쓰고 잡으려 들 것 같지도 않아서 실상은 마음을 놓았었다. 그래도 미심다워 털이를 보내기까지 하였었으나 간 곳을 모른다는 털이의 기별을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다가 천만뜻밖에 자기 딸이 잡혀 왔다는 소식을 듣고 그 자리에 기색하고 말았다. 얼마 만에야 겨우 깨어는 났으나, 자리 보전하고 누워서 헛소리만 하고 있었다. 불길이 웬만큼 타오르는 것을 보자, 주만은 천천히 불 앞으로 걸음을 옮기었다. "애구 아가씨, 애구 아가씨!" 털이는 울며 불며 질색을 하고 뒤에서 제 아가씨를 부둥켜 안았다. 여러 하인들도 고개를 외우시었다. "놓아라, 놓아라." --- “화형”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