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순공있는 일요일
정자나무있는 삽화 앙탈 이런 처지 |
|
일요일이라서 그쯤만 믿고 열시가 가깝도록 늦잠을 자다가, 어린 놈과 안해의 성화에 견디다 못해 필경 끄들려 일어나다시피 일어나서는 소쇄를 마친 후 마악 조반상을 물린 참이었었다.
다섯 살박이 어린 놈은, 새로 장만한 모자야 구두야 양복 등속을, 죄다 벌써 떨쳐 입고는 물병까지 둘러메고, 문간으로 마당으로 우줄우줄 뛰어다니면서 나더러도 어서 얼른 채비를 차리고 나서라고 재촉을 해쌓는 것이었다. 안해는 또 안해대로 부엌에서, 마지막 내가 물린 밥상을 대강 치우느라고 재빠르게 서두는 모양이더니, 이윽고 행주치마에 손을 씻으면서 나오는데, 입은 연방 벙싯벙싯 다물어지질 않았다. 어쩐지, 그러고 아까부터 신수가 화안하더라니, 자세히 보니, 모처럼 화장을 얄풋이 다스린 얼굴이요, 머리엔 아이롱 자죽까지 곱살했다. --- “순공있는 일요일” 중에서 아, 이 사람 마침 잘 만났네. 그렇잖아도 시방 자네게로 좀 찾아갈까 어쩔까 하고 서서 망설이는 참인데. 나? 어제 저녁에 올라왔어. 머 내 재미란 게 별것 있다. 명색이 지점장 대리라서 일은 한가하겠다, 또 주축하는 축들이 과히 상스럽진 않겠다, 하니까 심심하면 모여서 술추렴이나 하고, 그러지 머, 허허. 그만하면 나도 옳게 타락은 됐지? 허허. 사실 나야 변하고 말고. 그래 댁내는 다 안녕하시고? 또, 재미나 좋았나? 아따 이 사람아, 그만하면 무던하이. 시방 이 세태에 그 이상 더 바란대서야 외려 도둑놈이지. 허허허 그렇잖나? 그렇지. 우리가 만난 지가 꽤 오랬어. 그래 그래, 그게 바로 작년 이월 초생이야. 나는 차에서 내리고, 일변 자네는 남쪽으로 가느라고, 그 차를 올라타고, 머, 인사도 변변히 못했겠다? 그러고서는 이번 첨이지? 응, 옳아 그랬어. --- “이런 처지”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