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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원행
까막잡기 유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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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장 영감! 과장 영감!"
처음에는 부르기만 하다가 나중엔 부름과 아울러 팔도 흔들고 다리도 흔들고 어깨도 흔들어 보았지만, 깊이 든 과장의 잠은 좀처럼 깨어나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두 팔을 가슴패기에 밀어넣어 잡아 일으켜 보았으되, 잠자는 이의 팔과 고개가 마치 녹아 나리는 엿가락 모양으로 일으키는 이의 머리 위에 늘어질 뿐이다. 오 형사는 진력이 나고 구슬같은 땀이 맺히도록 죽을 애를 썼으되, 아모런 보람이 없었다. 깨우기에 절망한 그는 다시금 부산하게 일어섰다. ‘큰일’ 하나를 발견하고 제 상관에게 급보를 하러 왔다가 ‘큰일’또 하나를 발견하고 또 다시 총총히 뛰어나왔다. 면후는 그 날 오정 때가 넘어서야 겨우 깊은 잠을 깨었다. 어젯밤 맥주의 빌미인지 골치가 띵하며 잠은 깨었지만 머릿속은 안개가 열 겹 스무 겹 가린듯하다. 그는 몇 번이나 정신을 모아 보았지만 물결 위에 그리는 글씨처럼 이내 흐려지고 스러진다. 어젯밤 일을 생각하려고 애를 썼지만 마치 뒤숭숭한 꿈속을 지내오듯이 연맥을 찾을 수 없었다. 애라의 모양, 김순태라는 청년의 모양, 백마정, 수사본부 등 여러 사람과 여러 광경이 한데 뒤섞이고 반죽이 되고 가물가물 사라진다. --- “황원행” 중에서 xx여학교 삼년급생 정숙(晶淑)은 새로 한 점이 넘어 주인집에 돌아왔건만, 여름밤이 다 밝지도 않아 잠을 깨었다. 이 짧은 동안이나마, 그는 잠을 잤다느니보담, 차라리 주리난장을 맞은 사람 모양으로 송장같이 뻐드러져 있었다. 뒤숭숭한 꿈자리에 가위눌리고만 있었다. 물같이 흐른 땀이 입은 옷과 이불을 흠씬 적시고 있었다. 어째 제 주위의 모든 것이 변한 듯싶었다. 그는 의아히 여기는 듯이, 이리저리 시선을 던지었다. 새벽빛은 허여스름하게 미닫이에 깃들이고 있다. 맞대 놓인 두 책상 위에, 세워 있는 책들이 희미하게 보인다. 제 곁에는 깊이 잠든 정애의 까만 머리가, 흰 벼개 위에 평화롭게 얹히어 있다. 이불이고, 요이고, 벼개이고 변한 것은 하나도 없었다. 모든 것이 있던 그대로 있었다. 변해진 것은 제 자신이었다. --- “유린”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