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토끼의 간
안 돌아오는 사자 붉은 산 개소문과 당태종 |
|
동해 용왕(龍王)께는 사랑하는 따님이 있었다.
그 따님이 우연히 병에 걸렸다. 좋다는 약은 구할 수 있는 대로 다 써 보고, 굿이라 경이라 온갖 노릇 다 해보았지만 따님의 병은 나날이 더 집중하여 갈 따름이었다. 고칠 약방문이 없는 바가 아니었다. 약방문은 났으나 그 약을 구할 수가 없었다. 영한 의원들의 여출일구 하는 말은 가로되, "토끼의 간을 잡수셔야 이 탈이 낫겠읍니다." 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심해(深海) 중에 있는 용궁에서, 어떻게 해서 산짐승 토끼의 간(肝)을 구할 수가 있으랴. 그래서 다른 약으로 다스려 보았지만 용녀님의 탈은 나날이 더 중하여 갈 뿐이었다. 토끼의 간이 아니면 용녀의 탈은 도저히 가망이 없었다. 사랑하는 따님의 탈 때문에 용왕은 수심에 잠겼다. 구할 수 없는 토끼의 간 그러나 따님을 어떻게든 구하여 보려는 성심으로, 용왕은 이 구할 수 없는 토끼간을 어떻게 하여 구할 도리가 없을까고 머리를 싸매고 생각하였다. --- “토끼의 간” 중에서 그것은 여(余 : 성씨나 이름이 아닌 '나'라는 뜻의 한자어 일인칭 대명사 - 편집자 주*)가 만주를 여행할 때 일이었다. 만주의 풍속도 좀 살필 겸 아직껏 문명의 세례를 받지 못한 그들의 사이에 퍼져 있는 병(病)을 조사할 겸해서 일년의 기한을 예산하여 가지고 만주를 시시콜콜이 다 돌아온 적이 있었다. 그때에 ××촌이라 하는 조그만 촌에서 본 일을 여기에 적고자 한다. ××촌은 조선사람 소작인만 사는 한 이십여 호 되는 작은 촌이었다. 사면을 둘러보아도 한개의 산도 볼 수가 없는 광막한 만주의 벌판 가운데 놓여 있는 이름도 없는 작은 촌이었다. 몽고사람 종자(從者)를 하나 데리고 노새를 타고 만주의 촌촌을 돌아다니던 여가 그 ××촌에 이른 때는 가을도 다 가고 어느덧 광포한 북극의 겨울이 만주를 찾아온 때였다. 만주의 어느 곳이나 조선사람이 없는 곳은 없지만 이러한 오지(奧地)에서 한 동네가 죄 조선 사람뿐으로 되어 있는 곳을 만나니 반가왔다. 더구나 그 동네는 비록 모두가 만주국인의 소작인이라 하나, 사람들이 비교적 온량하고 정직하여, 장성한 이들은 그래도 모두 천자문 한 권쯤은 읽은 사람이었다. --- “붉은 산”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