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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등
전기 백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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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날같이 따스하고 털자리같이 푸근한 기분을 주던 이른 겨울 어떤 날 오후이었다. 일주일 전에 우리 집에서 떠나간 어멈의 엽서를 받았다.
이날 오후에 사에서 나오니 문간에 배달부가 금방 뿌리고 간 듯한 편지 석장이 놓였는데 두 장은 봉서이었고 한 장은 엽서이었다. 봉서 중 한 장은 동경 있는 어떤 친구의 글씨였고 한 장은 내 손을 거쳐서 어떤 친구에게 전하라는 가서(家書)이었다. 나머지 엽서 한 장은 내 눈에 대단히 서투른 글씨였다. 수인란에 ‘경성 화동 백 번지 박춘식씨(京城花洞百番地朴春植氏)’이라고 내 이름과 주소 쓴 것을 보아서는 내게 온 것이 분명한데 끝이 무딘 모필에 잘 갈지도 않은 수묵을 찍어서 겨우 성자(成字)한 글씨는 보도록새 서툴렀다. --- “갈등” 중에서 박인화는 오늘 아침에 여느 때보다 한 시간 가량이나 일찍 출근하였다. 그가 사에 들어선 때는 아홉시 오 분 전이었다. 사에는 아무도 없었다. 오늘 이렇게 일찍 출근한 것은 일을 일찍이 마치고 오후 세시에 영도사로 나가려는 까닭이다. 어떤 친구가 오늘 오후에 영도사에서 생일 턱을 한다고 어젯밤에 박인화도 청하였던 것이다. 유리창으로 흘러드는 아침 햇발은 벌써부터 더위를 몰아붓는다. 그는 창을 열어 놓고 문장(門帳)을 내린 뒤에 자기 책상 앞에 앉아서 어제 보다 남은 원고와 준장(準張)을 끄집어내 놓고 부지런히 붓질을 하였다. --- “전기”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