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도기행
사명에 각성한 후 제목 없는 이야기 납량이제 연당 도취삼매 백합화단 |
|
양두사(兩頭蛇)의 이야기를 아십니까? 몸은 하나인데 대가리는 둘 있는 뱀이랍니다. 이 뱀은 먹을 것을 만나면 두 대가리가 서로 먹겠다고 싸움을 한답니다.
결국은 어느 편 입으로나 먹히기는 하는데 먹고 보면 두 대가리의 뱃속은 다같이 불러진다는 것이랍니다. 배가 불러진 뒤에 생각하면 도리어 씹어 먹은 편 대가리가 손해가 아니겠습니까. 입을 놀린 것만은 헛수고이니까요. 하물며 이(齒)가 건전하지 않은 편이 빼앗아 먹었다면 더욱 더 손해가 안 되겠습니까. 그렇지 않고 이가 건전한 편이 씹어 먹는 역할을 맡고 한편은 물도 먹어주고 외방으로 몰려오는 적을 방비해 주고 한다면 쓸데없이 어리석게 잠깐 입 속에 무르녹는 미각을 만족시키기만 위하여 싸움만 하느니보다 현명하지 않겠습니까. --- “사명에 각성한 후” 중에서 언젠가 동경서 발행하는 어떤 신문지상에 장곡천여시한(長谷川如是閑)씨를 평한 말 가운데 "씨는 다방면으로서 무엇을 한 가지 끝까지 철저하게 연구하지 않는다. 그것은 씨의 단점이라고만 말할 것이 아니라 그는 너무 두뇌가 명철한 까닭이다. 다시 말하면 무엇이든지 한 가지에만 열중한다는 것은 그만치 그의 머리가 맹신적(盲信的)으로 단순한 까닭이니 즉 예를 들어 말하면 한 종교(宗敎)에 열중하는 사람 그 사람이 조금 ‘바보’가 아니면 한 가지 종교에만 열중하지 않을 것이다. 물론 무슨 방면이든지 한 방면만 꼭 연구한다는 것은 좀 ‘바보’가 되지 않으면 못하는 일이다." 라고 써 있었던 것이 나는 이따금 생각날 때가 있다. --- “제목 없는 이야기”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