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학사
소독부 정거장 4제 호도 |
|
이병환(李炳換)은 W대학을 졸업한 경제학사(經濟學史)이다.
그의 선친 때는 이백 석 추수는 하던 것인데 그들의 형제가 상속 받은 것은 커다란 집 한 채와 때 묻은 가구뿐이었다. 그러므로 대학 본과부터는 고학(苦學)을 했던 것이다. 돈 있는 친구의 보조도 받고 또 노동도 했고 이따금 그 형이 얼마씩 보내주기도 했으나 그의 대학 생활은 처참하여 실로 억지의 학생 생활을 했던 것이다. 졸업을 앞으로 일 년 밖에 남기지 않았을 때는 그 형은 늙은 모친과 어린 자녀를 거느리고 끼니도 이어 나가지 못할 형편이었으므로 이따금 병환하게 곤란한 자기 형편과 얼마만이라도 학비를 보조해주지 못하는 무력함을 한탄하는 편지를 하는 것이었다. --- “학사” 중에서 나는 시골뜨기라 그런지 연전에 한번 택시에 치여서 백주대도(白晝大道) 위에 쭉 뻗고 하마터면 영 잠을 자고 말 뻔했던 기억이 사라지지 않아서 그런지는 모르나 죄우간 자동차라면 맘에 그리 탐탐치 않다. 더구나 대구처럼 ‘아스팔트’를 깔지 않은 길을 걸을 때 마구 먼지를 휘날려 사람들 숨통을 막히게 해놓고도 한 마디 사과도 없이 태연히 달려가 버리는 밉살스런 자동차의 번들거리는 궁둥이란 못 참을 것의 하나이다. 그뿐 아니라 설령 내가 턱 버티는 때라도 맘이 펀치 못하기는 끝이 없다. 비록 체면 유지하느라고 젖히고 앉았기는 하지마는 나의 고통을 참는 마음(苦勞性)은 그저 사람을 칭구워 넘길 것 같고 곱게 차려둔 상점 같은 데 쫓아들어 갈 것 같아 그저 가슴이 조마조마한데다가 길 걷던 사람들이 먼지를 덮어쓰고 내가 탄 자동차 궁둥이를 눈을 흘기고 원망할 것을 생각하면 영영 자동차 탈 마음이 없다. --- “정거장 4제”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