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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수 좋은날
그리운 흘긴 눈 우편국에서 몽롱한 기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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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 오라질년, 조랑복은 할 수가 없어, 못 먹어 병, 먹어서 병! 어쩌란 말이야! 왜 눈을 바루 뜨지 못해!”
하고 앓는 이의 뺨을 한 번 후려갈겼다. 흡뜬 눈은 조금 바루어졌건만 이슬이 맺히었다. 김첨지의 눈시울도 뜨끈뜨끈하였다. 이 환자가 그러고도 먹는 데는 물리지 않았다. 사흘 전부터 설렁탕 국물이 마시고 싶다고 남편을 졸랐다. “이런 오라질 년! 조밥도 못 먹는 년이 설렁탕은. 또 처먹고 지랄병을 하게.” 라고, 야단을 쳐보았건만, 못 사주는 마음이 시원치는 않았다. 인제 설렁탕을 사줄 수도 있다. 앓는 어미 곁에서 배고파 보채는 개똥이(세살먹이)에게 죽을 사줄 수도 있다. 팔십 전을 손에 쥔 김 첨지의 마음은 푼푼하였다. --- “운수 좋은날” 중에서 그 잘 웃는 도향(稻香) 군이 그 때는 웬일인지 아주 엄연히 얼굴을 바루고 이런 말을 하였다. 나의 요리조리 핑계하는 것이 미웠음이리라. 전번에 미흡히 여긴 것이 부지불식간에 발로되었음이리라. 그 푸른 서슬에 나는 유유승명(唯唯承命) 하였건만 암만해도 써질 것 같지 않았다. 과연 그의 말마따나 해운대에 갔다 온 일은 있다. 잘잘못은 그만두고, 붓을 놀린다는 사람치고야 기행문 하나 없지 못할 만한 여행이었다. 제삼자로 보면 시적(詩的)이라고도 할 수 있었나니, 별 것이 아니라, 산과 바다를 아울러 풍경이 절가(絶佳)하다는 그곳을 소설의 배경으로 삼을 작정인 운치 있는 걸음인 까닭이라. 그 길 떠나기 전에 나로 말하여도, 거기에만 가면 나의 금수심장(錦繡心腸)(문자의 참월(僭越)은 용서하라)을 풀 수 있으리라, 풀 수 있으리라 하고 내 젊은 넋은 동경에 뛰었다. 하건만 현실같이 냉혹한 것은 없다. 마치 얼음과 같이 차디찬 것이다. 아모런 고려도 없고 아모런 염치도 없는 것이다. 싸늘하게 마주치면 꽃다운 환상도 부서지고, 따스하던 감몽(甘夢)도 깨어지는 것이다. 해운대가 환상으로 나타나고 꿈으로 보일 때는 얼마나 아름다웠으랴! 그리웠으랴! 그러나 현실의 그것은 흥미 삭연(索然)할 것이었다. --- “몽롱한 기억”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