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현수
정조원 일여인 빈곤 |
|
명희[明姬] 이명희씨[李明姬氏] 노위[盧僞] 가식[假飾]
치과의사(齒科醫) 정현수(鄭賢洙)는 테이블에 접혀진 채로 놓여 있는 그날 신문지 위에다 모잽이 글씨로 이렇게 휘갈겨 써 보았다. 그때 건너편 기공실(技工室)에서 조수(助手)로 있는 병일이가 더위를 못 이겨서인지 바쁘게 부채질하는 소리가 들려오자 그는 얼른 펜 끝에 잉크를 듬뿍 찍어 박박 긁어낼 듯이 이제 쓴 글자를 도로 지워 버렸다. 그리고 담배를 한 개 꺼내 물고 아침에 문을 연 후 아직까지 환자(患者)라고는 그림자도 보이지 안어 깨끗하게 정돈된 그대로 있는 치료실 안을 휘휘 돌아본 후 반질반질한 치료 의자 위에다 이파리 속에 숨어 있는 봉선화 같은 명희의 환영을 그려 안았다. 그는 두 눈에다 모든 정력을 집중시켜서 치료 의자가 놓인 편 공간을 응시하였다. --- “정현수” 중에서 "마님! 마님! 도련님 세숫물 떠놨습니다." "오냐, 마루 끝에 가져다 놔라, 그리고 저 세안크림 통도 갖다 놓고!" "네." "저 아기 어마시 세숫물이 너무 뜨거워선 안 되니 따뜨무리하게 손을 넣어보구! 어 - 원, 하루에도 몇 번이나 떠 놓는 세숫물까지도 내가 입을 닳려야 되니 정말 조금이라도 차든지 뜨겁든지 해 봐라. 정말." 안미닫이가 좌르르 열리며 남치마에 흰 은주사 깨끼 저고리를 입은 여인이 가제 타올을 들고 나온다. 그의 눈썹은 반달같이 그렸고, ‘아몬 빠빠야’라나, 무엇이라는 크림을 바르고 물분을 발라 아름답게 연지로 조화시킨 갸름한 얼굴이다. --- “일여인”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