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생일 전날
처를 때리고 어머니 삼제 무자리 오디 |
|
"농사 해 먹는 사람이 그렇디."
하면서 창선(昌善)이는 조롱박 모양으로 가운데가 짤름한 흙물 든 자루와 닭 한 마리를 넣은 종다래끼를 닁큼 들어, 자루는 잔등이에 둘러메고, 종다래끼는 왼손에 들고서, 저만큼 앞서서 소를 세우고 이쪽을 바라보는 최서방에게로 성큼성큼 뛰어간다. 광목 상침 바지 저고리 위에 무명 중의를 껴입고, 푸수수하니 먼지 묻은 상고머리에 수건을 질끈 동인 창선이가, 밤 한 말과 사과 배 섞어서 스무 알, 그리고 살찐 암탉 한 마리를 휭하니 지고 들고 찬 이슬이 눅진하게 내린 밭 샛길을 우쭐거리며 내려가는 것을 토방 위에서 멍하니 바라보던 서분(西粉)이는, "복손아, 너두 뛰어가 소 기르매(길마) 위에 타라." --- “생일 전날” 중에서 보통학교 들어간 이듬해 여름 방학이니까, 태권이가 열 살 났을 때의 일이다. 오래간만에 장마가 개어서 태권이는 아침부터 강가에 나가 장정들이 거칠은 붉은 물결 속에서 반두로 고기를 잡는 것을 구경하고 있었다. 한 반두 훑어내는데 날비녀, 어해, 메기, 모래무지, 쏘가리 같은 것이 두세 사발씩 들어오므로 한나절을 부지런히 쫓아다닌 아이들에겐 개평으로 한 뀀챙이는 실히 될 고기를 나누어주었다. 태권이는 그것을 버들 꼬챙이에 정성들여 꿰어 들고 집으로 돌아왔다. 점심때가 기울어서 적지 않게 속이 쓰렸다. 그래도 물고기를 끓여서 점심을 먹으리라, 그때까지 어떻게 배 고푼 것을 잊을 수 있을 건가, 반찬이 되는 동안 한길로 나와서 동무들과 함께 매미를 잡으러 갈까. 집 안대문을 들어서니까 어머니는 방안에서 장롱문을 열고 옷을 꺼내어놓고 있었다. "엄마 이거 어서 끓여줘." --- “어머니 삼제”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