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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동네 한국문학전집 001
김승옥 대표중단편선 생명연습 문학동네 한국문학전집의 문을 여는 제1권은 김승옥의 대표중단편선 『생명연습』이다. 1960년대 초반 한국문단에 이른바 ‘감수성의 혁명’을 몰고 온 작가 김승옥. ‘전후문학의 기적’ ‘살아 있는 신화’ ‘현대문학의 고전’ ‘단편미학의 전범’ 등 항상 화려한 수식어를 동반하고 이야기되는 그는, 시대를 넘어 지금의 독자들, 현재의 후배 작가들에게도 늘 선망의 대상이 되고 있다. 『생명연습』은 그의 대표적인 중단편소설들 중 「생명연습」(1962), 「건」(1962), 「환상수첩」(1962), 「누이를 이해하기 위하여」(1963), 「역사」(1963), 「무진기행」(1964), 「서울, 1964년 겨울」(1965), 「다산성」(1966), 「염소는 힘이 세다」(1966), 「야행」(1969) 총 열 편을 한 권에 모아 김승옥 문학의 빼어난 본모습을 부족함 없이 담아냈다. 김승옥의 소설은 감각적인 문체, 언어의 조응력, 배경과 인물의 적절한 배치, 소설적 완결성 등 소설의 구성원리 면에서 한국소설의 새로운 기원을 열었다. 또한 인간의 삶을 꿈꾸지 못하는 기호로 전락시키는, 절대적인 권태와 허무 속으로 밀어넣는 현대문명사회를 비판적으로 형상화하고 1930년대 이상 박태원, 이태준, 최명익, 유향림 등을 통해 정점에 올랐던 모더니즘적 전통을 성공적으로 복원함으로써, 무조건적인 불안의식만을 반복적으로 서술하던 전후세대 문학의 한계를 뛰어넘는 중요한 발판을 마련했다. “김승옥의 소설에 대해 새삼 무슨 말을 덧붙일 것인가.”(신형철) 그의 작품들은 언제까지나 젊게 남아, ‘현재진행형’의 소설로서 앞으로도 무수히 많은 독자들에게 깊이 읽힐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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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동네 한국문학전집 002
황석영 장편소설 개밥바라기별 문학동네 한국문학전집 제2권은 황석영 장편소설 『개밥바라기별』. 2008년 초판이 출간된 이 작품은 수많은 독자들의 뜨거운 호응을 이끌어낸 자전적 성장소설로, 사회의 모순을 비판하면서도 소외된 인간에 대한 이해의 끈을 놓지 않았던 소설세계를 가능하게 한 비밀의 시공간을 열어 보인다. 황석영은 이 소설에서 그간 가슴속에 묻어둔 상처를 헤집어 그 시절과 다시 대면한다. 4·19의 현장에서 목격한 친구의 죽음, 고등학교 자퇴, 방랑, 일용직 노동자로서의 생활, 입산, 베트남전 참전에 이르는 사춘기 때부터 스물한 살 무렵까지의 길고 긴 방황의 경험이, 작품 속에 고스란히 배어 있다. 그는 소설의 주인공인 준과 그의 친구들인 영길, 인호, 상진, 정수, 선이, 미아처럼 방황하고 있을 이 시대의 젊은이들에게 자기가 작정해둔 귀한 가치들을 끝까지 놓쳐서는 안 된다고, ‘너희가 하고 싶은 대로 하라’고 끊임없이 속삭인다. “목마르고 굶주린 자의 식사처럼 맛있고 매순간이 소중한 그런 삶”을 살라는 것이다. 이 말은 작가가 젊은 시절 스스로에게 했던 질문이기도 할 것이며, 마침내 우리 모두의 젊은 시절에 바치는 아름다운 헌사로 기억될 것이다. 그래서 『개밥바라기별』은 한 마이스터의 수업시대이자 편력시대이다. 한 거장의 예술관과 세계관이 형성되어가는 과정과 그의 문학의 원형이 생생히 담겨 있다는 점에서 흥미롭고도 오래 기억될 작품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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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동네 한국문학전집 003
박완서 대표중단편선 대범한 밥상 문학동네 한국문학전집의 제3권은 2011년 타계한 소설가 박완서의 대표중단편선 『대범한 밥상』이다. 불혹의 나이에 등단, ‘영원한 현역’이라고 불린 노대가가 남기고 간 무수히 빛나는 단편소설 가운데 「부처님 근처」(1973), 「부끄러움을 가르칩니다」(1974), 「그 살벌했던 날의 할미꽃」(1977), 「그 가을의 사흘 동안」(1980), 「엄마의 말뚝 2」(1981), 「아저씨의 훈장」(1983), 「지 알고 내 알고 하늘이 알건만」(1984), 「나의 가장 나종 지니인 것」(1993), 「너무도 쓸쓸한 당신」(1997), 「대범한 밥상」(2006) 총 열 편의 작품을 엄선하여 실었다. 표제작인 「대범한 밥상」은 ‘사랑’만으로는 그 관계를 규정하기 어려운 두 명의 노인에 관한 이야기로, 말로 전할 수 없고 말할 필요도 없는 노년기의 고통과 공감에 관한 깊이 있는 성찰이 담긴 아름다운 작품이다. 작가는 평범하고 일상적인 소재에 적절한 서사적 리듬과 입체적인 의미를 부여함으로써 다채로우면서도 품격 높은 문학적 결정체를 탄생시켰다. 이러한 연금술적 변환의 기적은 한국문학사에서 그 유례가 없을 만큼 풍요로운 언어의 보고를 쌓아올리는 원동력이 되어왔다. 작가는 그의 문학인생 내내 능란한 이야기꾼이자 뛰어난 풍속화가로서 시대의 거울 역할을 충실히 해왔을 뿐 아니라 삶의 비의를 향해 진지하게 접근하는 구도자의 삶을 살았다. 한결같은 동시대 감각과 남녀노소를 막론한 폭넓은 친화력, 삶을 적나라한 부분을 바닥까지 내려가 냉철하게 다루는 작가정신이 고스란히 전해지는, 일찍이 문학평론가 김윤식이 ‘천의무봉의 서술’이라 칭한 바 있는 박완서 문학의 정수가 여기에 있다. 박완서라는 유일한 우주는, 다시는 볼 수 없지만 영원히 그리워할 수밖에 없는 모습으로 우리 안에 남았다. 특유의 유려하고 생생한 문체와 뭉근하게 스며나오는 날카로운 혜안이 담긴 이야기들은 세기를 넘어서도 여전히 잔잔하게 빛날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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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동네 한국문학전집 004
이문구 대표중단편선 공산토월 문학동네 한국문학전집의 제4권은 2003년 타계한 소설가 이문구의 대표중단편선 『공산토월』이다. 한국문학사에서 이문구는 그 이름 자체로 고유명사이자 일반명사다. 구수한 충청도 사투리로 이루어진 토박이의 생생한 입말, 엎치고 뒤치는 이야기들의 사이에서 여지없이 툭툭 터져나오는 풍자와 해학은 그 자체로서 하나의 ‘문학’이라고 부를 만하다. ‘농촌 최후의 시인’이라는 문학평론가 유종호의 말처럼, 이문구는 빠르게 진행되는 산업화에 휩쓸려 아무도 눈여겨보지 않던 농촌의 풍경과 사람들을 소설 속에 실감 있게 그려놓았다. 『공산토월』에는 「암소」(1970), 「일락서산日落西山?관촌수필1」(1972), 「행운유수行雲流水?관촌수필3」(1973), 「녹수청산綠水靑山?관촌수필4」(1973), 「공산토월空山吐月?관촌수필5」(1973), 「우리동네 金氏」(1977), 「우리동네 李氏」(1978), 「명천유사鳴川遺事」(1984), 「유자소전兪子小傳」(1991), 「장동리 싸리나무」(1995) 총 열 편의 소설이 묶였다. 가장 먼저 쓰인 「암소」와 가장 나중에 쓰인 「장동리 싸리나무」에는 이십오 년의 상거가 있다. 이 자체가 한 시대의 정경情景이라 할 만하다. 각 작품에 등장하는 농촌의 갑남을녀들이 벌이는 어깃장과 대거리의 입씨름판은 우리네 농촌의 토속적인 분위기를 현장감 있게 담아낸다. “홍시의 붉은 단물을 쏙쏙 빨아 삼키듯 읽어가게 하는 힘.”(신경숙) 타계한 지 십 년의 세월이 훌쩍 넘었지만, 이문구가 벌여놓은 유장하고 풍부한 사람살이의 난장은 시간이 흘러도 변치 않는 가치들을 끊임없이 새롭게 일구어내며 내내 살아 숨쉴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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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동네 한국문학전집 005
김주영 장편소설 홍어 문학동네 한국문학전집 제5권은 우리 시대 대표적인 이야기꾼 김주영의 장편소설 『홍어』(1998)로, 주로 선이 굵고 역사성이 짙은 작품을 통해 당대 민초들의 삶을 사실적으로 그려낸 작가의 또다른 측면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1997년 『작가세계』에 발표되었을 당시 문단으로부터 본격소설의 미학을 보여준다는 찬사를 받았다. 폭설로 고립된 산골 마을에서 가족을 떠난 아버지를 기다리는 열세 살의 소년을 화자로 내세운 이 작품은 시적 상징과 서정적 묘사를 통해 한 폭의 수묵화와 같은 아름다움을 보여준다. 작가가 이순(耳順)에 다다라 인생을 반추하듯 써내려간 『홍어』는 열세 살 소년 세영의 성장소설로 읽을 수 있다. 세영은 유부녀와 통정(通情)한 뒤 사라져버린 아버지를 기다리며 어머니와 단둘이 살고 있다. 삯바느질꾼인 젊은 어머니는 아버지가 좋아했던 홍어를 부엌 문설주에 매달아두지만 아버지에게선 아무런 소식도 들려오지 않고 홍어는 먼지와 그을음을 뒤집어쓴 채 말라갈 뿐이다. 세영은 정초마다 어머니가 만들어준 가오리연을 날리며 날개를 달고 자유롭게 비상(飛上)하는 몽상에 빠져든다. 이 세상 어딘가를 떠돌고 있을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과 동경 때문이다. 어느 날 한 여자가 아버지가 바깥에서 낳은 아이를 등에 업고 나타나고 어머니는 이를 아버지가 돌아올 것이라는 소식으로 받아들이며 말없이 아이를 거둔다. 그러나 아버지가 돌아온 이튿날 어머니는 아침 눈밭에 발자국만을 남긴 채 사라져버린다. “깊은 바닷속을 헤엄치며 사는 큰 새”인 홍어, 가오리연의 날개 등과 같이 비상하는 이미지들과 떠남과 머묾의 상징들이 정교하게 짜여 깊이와 무게를 더하는 이 소설에 대해 작가는 “아랫목에 앉아 인생을 반추하고 싶은, 아주 조용한 소설”이라 말한 바 있다. 소리 없이 내리는 눈과 오지 않는 이를 조용히 기다리는 모자(母子)의 삶이 고요히 하지만 가슴속 깊이 다가오는 작품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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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동네 한국문학전집 006
최인호 대표중단편선 견습환자 문학동네 한국문학전집 제4권은 최인호 대표중단편선 『견습환자』. 최인호는 산업화 시기 한국의 도시와 그 안에서 살아가는 인간 군상들의 일상적이고 심리적인 변화에 누구보다 예민했던 작가이다. 그의 작품들은 현대사회가 야기하는 병리적 강박, 인간소외와 물신화(物神化) 현상, 합리성의 외피 밑에 숨어 있는 원시적이고 파괴적인 욕망의 분출과 같은 민감한 증세에 대해 탁월한 접근을 보여준다. 『견습환자』는 그가 누린 대중적 인기 탓에 종종 간과되곤 하지만 한국적 모더니티의 탐구를 여실하게 증명하는 작품들을 모아냄으로써 그의 문학사적 가치를 다시 한번 충실하게 조명하고자 했다. 이와 같은 취지에 따라 「견습환자」(1967), 「2와 1/2」(1967), 「술꾼」(1970), 「타인의 방」(1971), 「처세술개론」(1971), 「황진이1」(1972), 「전람회의 그림1」(1972), 「즐거운 우리들의 천국」(1976), 「위대한 유산」(1982), 「달콤한 인생」(2001), 「깊고 푸른 밤」(1982) 총 열한 편의 작품들을 묶었다. 『견습환자』를 통해 우리는 1970년대의 한국사회가 한국문학사에서 이례적일 정도로 어둡고 절망적이었음을 알게 된다. 최인호의 작품들은 권력이 공적 영역뿐만 아니라 사적 영역까지 관리하기 시작했다는 사실을 드러내면서 권력의 바깥과 같은 것은 그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음을 일찌감치 선취해 보여주고 있다. 최인호는 개발 독재가 생명 정치의 또다른 이름임을 일찌감치 알아차린 명민한 작가였던 것이다. 그의 선구적인 세계 인식은 1970년대 이후 한국문학이 거둔 뜻깊은 성과물로서 향후 우리 문학의 중요한 전범 중의 하나로 남게 되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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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동네 한국문학전집 007
이승우 장편소설 식물들의 사생활 이승우는 심오한 주제를 다루면서도 인물의 내면에 대한 정밀한 묘사와 유려한 문체, 풍성한 서사로 그 관념성조차 이야기 속에 자연스럽게 녹여내는 작가이다. 문학동네 한국문학전집 제7권인 그의 장편소설 『식물들의 사생활』(2000)은 한 가족 안에서 벌어지는 좌절된 사랑의 고통을 식물적 교감으로 승화해가는 과정을 처절하고도 아름답게 풀어낸 작품이다.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인 르 클레지오는 한국 작가 중에서 노벨문학상 수상 가능성이 가장 높은 작가로 이승우를 지목하면서 특히 『식물들의 사생활』에 대해 어떻게 읽어도 고갈되지 않는 무궁무진한 작품이라 극찬한 바 있다. 두 다리를 잃은 형, 형의 애인을 사랑하는 동생, 불구가 된 아들을 업고 사창가를 헤매는 어머니, 어머니의 마음을 평생 동안 지배한 한 남자, 그런 어머니를 그저 바라볼 뿐인 아버지 등 『식물들의 사생활』은 이루어지지 못한 사랑의 관계로 가득 차 있다. 작가는 이 좌절된 사랑으로부터 식물성의 절대사랑이라는 상상력을 길어 올리고, 이들을 사랑의 성소(聖所)이자 욕망의 회귀선인 ‘남천’으로 이끌어간다. 이로써 남천은 한국소설이 발견한 가장 성스러운 구원의 무대가 된다. ‘식물’은 동물성의 욕망을 초월하는 지점이며 좌절된 욕망이 승화되는 지점이다. 자신 안에 가득한 동물성의 욕망을 아프게 들여다보는 이들에게 사랑이란 욕망과 한 몸인 절망의 근원이 아닐 수 없다. 작가는 바로 이 지점에서 식물성의 절대사랑을 대안적 상상력으로 풀어놓는다. 2006년 프랑스 출판사 줄마(Zulma)에서 번역 출간되었을 당시 주요 언론들로부터 대대적인 주목을 받으며 출간 한 달 만에 초판 2천5백 부가 매진되어 재판을 발행했고, 2009년 한국 작품으로는 최초로 갈리마르(Gallimard)의 폴리오(Folio) 시리즈에 포함되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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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동네 한국문학전집 008
안도현 동화 연어·연어 이야기 문학동네 한국문학전집 제8권은 넘치는 감성과 투명한 서정, 사소한 풍경으로부터 빛나는 의미를 길어올리는 시적 상상력과 소담스러운 언어 미학으로 평단과 독자로부터 폭넓은 지지를 받아온 시인 안도현의 동화 『연어』와 『연어 이야기』이다. 『연어』(1996)를 통해 생텍쥐페리의 『어린 왕자』에 비견되는 감동을 선사했던 작가는 이 작품의 후속작인 『연어 이야기』(2010)를 통해 다시 한번 연어들의 고단한 성장과정을 인간의 삶과 연결시키면서 우리가 저마다의 폭포를 뛰어넘을 수 있도록 희망의 메시지를 전달한다. 『연어』는 은빛연어가 자기가 태어난 강으로 돌아가는 장엄한 여행길에서 삶의 본질과 존재의 아픔을 묻는 이야기이다. 모천을 향해 거슬러올라가는 것은 지금 보이지 않는 꿈을 찾아간다는 뜻일 테고, 이는 힘겹지만 아름다운 일이다. 우리는 은빛연어의 고통스럽지만 감동적인 여정(旅程)을 함께하면서 자신의 삶과 마주할 수 있는 용기를 얻게 된다. 또한 은빛연어의 깨달음―존재한다는 것은 나 아닌 것들의 배경이 되는 것이고 이는 지금 여기서 너를 감싸는 것을 의미한다는 말은 우리 삶의 겸허한 풍경을 이룬다. 그리고 십오 년이 지난 후, 우리는 삶에 대한 새로운 풍경 하나를 더 가지게 된다. 『연어 이야기』는 꽁꽁 얼어붙은 얼음장 아래 ‘나’가 알을 찢고 나오는 것으로 시작된다. 두려움이라는 작은 구슬을 뚫고 나온 ‘나’의 앞엔, 다시 은빛연어와 눈맑은연어가 경험했던 여정이 기다리고 있다. 은빛연어가 누나연어를 여의고 눈맑은연어와 사랑에 빠지고 폭포를 거슬러 오르며 성장하는 과정을 보여주었다면, ‘나’와 ‘너’는 사물과 사물, 사물과 나, 다시 나와 너를 잇고 있는 보이지 않는 끈에 대해, 마음이 마음을 만나는 길에 대해, 서로를 물들이는 관계에 대해 이야기한다. 이 두 편의 이야기를 묶은 『연어·연어 이야기』는 우리가 삶의 의미를 잃어버리고 세상을 헤맬 때마다 언제든 펼쳐보게 될 인생의 책이 될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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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동네 한국문학전집 009
신경숙 장편소설 외딴방 문학동네 한국문학전집 제9권 신경숙 장편소설 『외딴방』(1995)은 80년대의 암흑기 속에서 문학에의 꿈을 키워나가던 신경숙의 시원(始原)을 만날 수 있는 자전적 성장소설로, 현재진행형의 글쓰기를 통해 오로지 문학만이 보여줄 수 있는 깊이와 아름다움을 표현해내어 독자와 언론의 열렬한 관심은 물론 문단의 다양한 진영에서 일치된 찬사를 이끌어냈다. 내용과 형식 양면에서 새로운 리얼리즘의 가능성을 열어 보인 『외딴방』은 90년대 한국문학이 거둔 최고의 수확일 것이다. 서른두 살의 소설가인 ‘나’는 글쓰기라는 행위를 통해 그동안 닫아놓았던 외딴방의 문을 조심스럽고 섬세하게 열어젖힌다. 낮에는 구로공단에서 음향기기를 만드는 공장 직원으로 밤에는 산업체 특별학급의 학생으로 생활하던 그 시절은, 현재의 ‘나’로 하여금 다른 사람들과 깊은 관계를 맺는 것을 주저하게 만들고, 여고 시절을 그녀의 삶 속에서 누락시키게 한다. 하루에 이만 개씩 포장해야 하는 사탕 때문에 손이 딱딱해진 안향숙과 월급봉투를 받으려다 해직당한 유채옥, 그리고 결코 과거가 될 수 없는 희재 언니가 있던 외딴방을 향해 ‘나’는 머뭇거림과 망설임을 반복하면서도 결국은 그것과 정면으로 마주한다. 떠나온 시간 속을 거슬러올라가는 글쓰기의 모험은 그러나 특정인의 체험에 갇힌 폐쇄회로에 머물지는 않는다. 오히려 우리가 이 작품에서 보게 되는 것은 몇몇 인물의 운명의 부침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지난 한 시대의 거대한 풍속화이다. 열여섯 살부터 스무 살 무렵까지의 고단하고 지난했던 시간들을 신경숙 특유의 아름답게 정제된 필치로 그려낸 이 경이로운 작품은 한편, 글쓰기란 무엇인가에 대한 가장 치열한 질문을 던지고 있는 소설이기도 하다. 『난쟁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을 필사하며 작가를 꿈꾸던 소녀가 자신의 내면을 남김없이 글쓰기에 내어주는 작가가 되기까지의 과정이 읽는 이에게 고스란히 전달되어 시간을 뛰어넘는 깊은 감동을 준다. 아니 에르노의 자전적 소설, 프루스트의 소설, 에밀 졸라 작품 속 노동자들의 서사시를 한데 엮는다는 것은 너무나도 방대해 불가능에 가까워 보인다. 그러나 신경숙은 놀라운 힘과 열정적 감수성으로, 그러면서도 무겁지 않은 필치로 이 모든 것을 녹여냈다. 그녀는 한국 사회의 민주주의의 탄생, 노동자들의 삶, 여성의 권리 그리고 작가 자신의 성장기에 대한 놀라운 작품을 선보였다. _리나페르쉬 상(Prix de l’inapercu) 선정 이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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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동네 한국문학전집 010
성석제 장편소설 왕을 찾아서 문학동네 한국문학전집 제10권은 우리 시대의 가장 ‘개성적인 이야기꾼’(우찬제) 성석제의, ‘무협고수 같은 입담’(문혜원)이 정점으로 구현된 수작 『왕을 찾아서』(1996)이다. 작가 성석제의 첫 장편소설로, 그가 구사하는 유머와 위트의 시원(始原)이라 할 수 있는 이 작품은, 인간의 내면에 잠재된 권력과 욕망의 세계를 소도시의 건달세계에 비유하여 조망하고 있다. 지금은 ‘성석제표’ ‘성석제화’로 정착을 한 작가 특유의 진한 농담은 바로 이 소설에서 그 계보의 시작을 확인할 수 있는바, ‘격렬한 웃음 속에 상실을 애도’(권희철)하는 깊은 대비에 더욱 주목하게 된다. 큰 폭소와 은근한 미소를 연이어 이끌어내는 놀라운 흡인력은 읽는 이의 책 넘김을 바쁘게 하지만, 읽고 난 후에는 압지석(押紙石)같이 단단한 여운 때문에 쉽사리 덮을 수 없을 것이다. 종횡무진의 힘찬 서사와 서사의 주름마다 깃든 익살이 소설 속의 분지를 모든 독자들의 고향으로 만든다. 20세기에 두고 온, 어린 시절의 영웅에 대한 향수가 유려한 말솜씨에 뭉근히 묻어 있기 때문이다. 소문이 신화가 되던 시절, 주먹에도 낭만이 있던 시절, 소년들에게 손에 닿는 영웅이 있던 시절에 대해 성석제만이 쓸 수 있는 다시없을 소설이다. 화자인 장원두가 어린 시절 경외했던 마사오가 죽었다는 소식을 듣고 그의 장례식에 찾아가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주먹으로 지역을 평정했던 건달 마사오의 장례식은 그의 화려했던 지난날과는 달리 초라하기만 하고, 그가 떠난 자리를 넘보는 사람들 간의 패권 다툼으로 어수선할 뿐이다. 장원두는 한때 “지상에서 가장 강한 사내”였던 마사오라는 하나의 신화가 저물어가는 모습을 바라보며 어린 시절을 추억하게 된다. 주먹에도 낭만이 있었던 어린 시절과 온갖 비열한 방법으로 지역 패권을 차지하기 위해 몸부림치는 현재를 오가며 시종일관 폭소를 유발한다. 한국문학 특유의 엄숙함을 지우고 그 자리에 그동안에 없던 유머와 넘치는 활기를 채워놓은 천상 이야기꾼 성석제의 입심이 유감없이 발휘된 수작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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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동네 한국문학전집 011
윤대녕 대표중단편선 반달 문학동네 한국문학전집 제11권은 윤대녕의 대표중단편선 『반달』이다. 1990년, 작가 윤대녕은 사람을 움직이는 힘은 이성이나 의지가 아니라 생물학적 본능임을 보여주는 생리적 플롯의 글쓰기를 통해 1980년대와 전혀 다른 새로운 소설의 출현을 알리며 등장했다. 시(詩)에 가까운 미학적인 문체로 존재의 시원(始原)을 탐구하며 그렇게 1990년대 소설의 징표가 된 그는 단편소설의 정수(精髓)를 담은 작품들을 통해 평단과 독자들로부터 꾸준한 지지를 받고 있다. 타인과 타인이 만나고 헤어지는, 일상적이고도 평범한 일을 하나의 신성한 사건으로 끌어올려 읽는 이로 하여금 홀연 다른 차원의 세계로 안내하는 한편, 방황을 운명으로 안고 태어난 개인의 내면을 깊게 파고들어온 작가 윤대녕, 그의 소설세계에서 기념비적인 이정표가 된 아홉 편(「January 9, 1993. 미아리통신」 「지나가는 자의 초상」 「상춘곡」 「빛의 걸음걸이」 「찔레꽃 기념관」 「탱자」 「대설주의보」 「꿈은 사라지고의 역사」 「반달」)의 중단편소설이 한데 묶였다. 발표한 지 이십 년이 되어감에도 윤대녕 특유의 예민한 감수성의 결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는 「January 9, 1993. 미아리통신」에서부터 가장 최근에 발표한 「반달」까지, 오래도록 빛바래지 않는 한 폭의 수채화처럼, 밤하늘에 은은히 울려퍼지는 아름다운 선율처럼 유려한 문장으로 빚어낸 아홉 편의 중단편소설이 한 권의 책에 오롯이 담겨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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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동네 한국문학전집 012
김소진 대표중단편선 열린 사회와 그 적들 문학동네 한국문학전집 제12권은 김소진 대표중단편선 『열린 사회와 그 적들』이다. 황석영-이문구-조세희로 이어지는 70년대 사실주의의 계승자로 평가받는 김소진은 주변부 존재들의 궁핍한 삶에 꾸준한 관심을 보이면서 누구에게도 호명되지 못한 이들을 충실하게 기록하고자 한 서기관이자 대변인이었다. 사회나 역사 대신 개인의 욕망을 보다 중시한 90년대의 소설적 경향과 일정한 거리를 두면서 추상적 이념으로만 존재하는 민중이 실제로 어떻게 살아가는지 풍부한 토속어를 통해 생생하게 재현해냈다. 김소진은 육 년여의 짧은 시간 동안 열정적이고 성실한 글쓰기로 수많은 걸작들을 남겼다. 그 가운데 1991년에 발표한 등단작인 「쥐잡기」에서부터 그의 마지막 단편소설이 된 「눈사람 속의 검은 항아리」까지, 작가생활의 처음과 끝에 나란히 놓인 두 편의 단편소설을 포함하여 총 열세 편의 작품을 선별하여 한자리에 모았다. 몸이 불편해 자리에 몸져누운 아버지, 아버지를 대신해 억척스럽게 온갖 일을 도맡아 하는 어머니, 그리고 부모님의 가난을 고스란히 물려받은 ‘나’까지, 김소진의 소설 속 인물들은 겹겹의 상처로 둘러싸인 시간들을 통과해왔다. 그러나 날이 선 고통이 할퀴고 갔음에도 이에 쉽사리 절망하지 않는다. 우리가 잊고 살아온 상처, 고통의 시간들을 김소진은 잊지 않기 위해 계속해서 그 시절로 되돌아가고 그것들을 기억하려 애쓴다. 애달픈 삶에 대한 연민과 소외되고 잊혀진 존재들을 향한 따스한 시선이 작품 곳곳에 배어 있는 이번 소설집을 통해 생에 대한 절망이 아닌 긍정으로 우리를 이끌어가는 단단한 손을 붙잡을 수 있을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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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동네 한국문학전집 013
김연수 장편소설 네가 누구든 얼마나 외롭든 밀도 높고 아름다운 문장, 우아하고 재치 있는 유머, 그리고 그 안에 자연스럽게 녹아든 진지한 문제의식으로 자신의 작품세계를 다른 어떤 것으로도 대체할 수 없는 하나의 장르로 굳혀온 김연수. 『네가 누구든 얼마나 외롭든』(2007)은 우리가 지나온 시절에 대한 회의와 진실에 대한 열망으로 이루어낸 작품이다. 이 장편소설은 공식적인 역사 기술(記述)이 지워낸 개별적인 인간들의 이야기를 복원하는 데에 성공함으로써 한국소설의 인식론적 깊이를 심화시킨 작품으로 평가되고 있다. 작가는 이 작품을 통해 ‘소설은 인간/개인과 역사의 관계를 어떻게 서술하는가’라는 질문을 던지고 또한 그 답을 찾는다. 인간이란 자신의 삶을 이야기로 만들면서 비로소 존재하므로, 한 인간이 존재한다는 것은 어쩌면 하나의 이야기로서 세상에 속해 있다는 것을 의미할 터. 그렇다면 역사란 이 수많은 이야기들이 우연히 마주치면서 생성된 하나의 우주라 볼 수 있을까. 김연수는 『네가 누구든 얼마나 외롭든』을 통해 개인과 역사에 대해 사유하면서 ‘역사란 한줄기의 거대한 흐름이라기보다는, 무수한 개인들이 연결되어 형성된 네트워크’라고 정의내린다. 그 우연의 집합이 갖는 초월적인 힘 앞에서, 우리는 무한한 경외심에 휩싸이게 된다. 우주의 별들처럼 반짝이는 개인들의 이야기가 모여 만들어진 이 소설은 우리의 삶에 새겨진 크고 작은 상처들이 결코 의미 없는 생의 자국이 아니라는 따스한 진실을 보여준다. ‘나’, 그리고 ‘나’와 어떤 관계를 맺고 있는 사람들 개개인의 수많은 이야기들이 광막한 밤하늘의 별자리처럼 이어져 있는 이 장편소설은 우리의 일생은 소멸되지 않고, 이야기로 연결됨으로써 이 세상에 존재하게 된다는 작가의 깨달음을 전달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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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동네 한국문학전집 014
김훈 장편소설 칼의 노래 우리 시대 최고의 문장가 김훈은 공식적인 평가와는 다른 각도에서 조명한 역사적 인물들을 고아한 문체로 복원해낸다. 『칼의 노래』 『현의 노래』 『남한산성』과 같이 역사적 순간들을 살아갔던 개인의 내면에 초점을 둔 그의 주요작품들은 ‘비역사성을 품은 역사소설’이라 회자되며, 새로운 형태의 역사소설이 가능함을 평단과 독자들에 알렸다. 『칼의 노래』(2007)는 이순신이 임금의 명을 거부했다는 죄로 옥고를 치르다가 전세가 기울자 풀려나 삼도수군통제사를 맡게 된 정유년부터, 노량해전에서 적탄을 맞아 영면하기까지 겪은 사건들을 담고 있다. 김훈은 전쟁터에서 명예롭게 죽고자 하는 무인 이순신이 정작 전쟁 외의 상황 때문에 겪었을 인간적인 고뇌를 사실적으로 그려낸다. 선조의 실정(失政)에 의한 불안, 강대국인 명의 비위를 맞추며 나라를 지켜내야 하는 약소국의 한(恨), 한 사람의 가장으로서 가족을 구하지 못한 그의 슬픔 등이 전쟁의 경과보다 더욱 세세하게 밝혀진다. 『칼의 노래』는 그간 이순신을 그려낼 때 빠지지 않았던 진부한 전쟁서사를 버리고, 아군이란 없었던 한계상황에서 무너지려는 자신을 끝없이 일으켜세워야만 했던 이순신의 고독하고 불안한 내면을 김훈 특유의 남성적인 문체로 예리하게 묘파한 수작이다. “무장 이순신의 실존적 고뇌”라는 “인간 이순신”의 모습을 그려낸 『칼의 노래』는 “한국문학에 벼락처럼 쏟아진 축복”이라는 찬사를 받으며 2001년 동인문학상으로 선정되었다. 또한 이 작품은 프랑스 갈리마르 출판사가 20세기 이후 가장 뛰어난 문학작품만을 선정 출판하는 ‘전세계 문학총서’로 번역 소개되었다. 한국문학작품 중에서 이 시리즈에 선정 출판된 것은 현재까지 이 작품이 유일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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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동네 한국문학전집 015
은희경 장편소설 새의 선물 제1회 문학동네소설상 수상작인 『새의 선물』(1995)은, 은희경 소설세계의 기원이라 할 수 있는 작품으로, “열두 살 이후 더이상 성장할 필요가 없었다”고 단호하게 선언하는 소녀 진희를 통해 삶의 진실을 가차없이 폭로한다. 어린 화자의 성장과 함께 당대 인물군상들의 삶의 모습까지 사실적으로 그려내고 있는 『새의 선물』은, “환멸의 학습을 통해 인간 성숙을 그린 뛰어난 성장소설이자 지난 연대 우리 사회의 세태를 실감나게 그린 재미있는 세태소설”이란 호평을 받았다. 인생 자체에 대한 냉소로부터 비롯된 시니컬한 진희의 시선은 다채로운 등장인물들이 서로 부대끼며 빚어내는 갖가지 희극적인 삽화들에 사실성을 부여하면서, 우리로 하여금 삶의 진실이란 무엇인가, 진실한 사랑이란 무엇인가를 끊임없이 되묻게 한다. 동시에 이 소설은 사람과 사람 사이의 비밀스런 관계의 본질과 삶의 심연에 흐르는 위악적 경험의 비합리성에 대해서도 말하고 있다. 인생의 희비극적 단면에 대한 절묘한 포착, 상식을 뒤집는 역설과 잠언의 적절한 구사, 일상적 경험을 형이상학적 인식으로까지 끌어올리는 치열한 탐구정신 등이 깊은 여운을 남기는 이 작품은 우리 문학의 중요한 수확이며, 이제는 한국문학을 이끌어가는 작가가 된 은희경의 영혼과 정신의 거센 출렁거림과 인간의 삶과 세계를 꿰뚫는 빛나는 통찰이 돋보이는 역작이다. 조숙한 소녀 진희의 시선을 통해 제시되는 삶에 대한 모험적, 도전적 통찰은 그간 우리를 지배해왔던 삶의 금기와 규범체계, 지식 따위의 고정관념들을 통렬하게 해체하며 『새의 선물』 출간 20주년을 앞둔 오늘날까지 그 빛을 발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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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동네 한국문학전집 016
전경린 장편소설 내 생에 꼭 하루뿐일 특별한 날 정염·광기·접신의 언어를 구사한다는 평가를 받으며 귀기(鬼氣)의 작가로 불리는 전경린은 일상 속에 내재된 욕망, 관습과 제도를 거부하는 내면 풍경을 포착하여 섬세한 문체에 담아내면서 독자들의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내 생에 꼭 하루뿐일 특별한 날』(1999)은 작가의 두번째 장편소설로, 사랑이란 열망하면 할수록 안정된 삶을 위협하는 근본적으로 불온한 정열임을 그려내 보이는 한편, 불온한 욕망, 모호한 생의 불안으로부터 진정한 나를 찾아가는 전경린 문학의 새로운 전환점을 제시한 문제작이다. 서로가 평생 한 사람만을 사랑하는 항구적이고 안락한 삶을 꿈꾸던 미흔. 그러나 남편의 외도로 삶의 의미를 잃은 그녀 앞에, 상식과 제도로부터 자유로운 위험한 관계를 제시하는 남자 규가 나타난다. ‘마음속에 금지를 가지지 말라’는 남자의 말에 이끌리듯 미흔은 규와의 관계에 빠져들고, 그에 대한 감정은 걷잡을 수 없이 사랑을 향해 내달린다. 마침내 미흔은 이 사랑을 통해 권태로운 삶의 이면에 숨겨진 불온한 욕망을 발견하기에 이른다. 등단 이후 다수의 작품들을 통해 진부한 삶의 궤도를 벗어나도록 추동하는 사랑의 열정을 꾸준히 표현해온 전경린은 이 작품에서도 섬세하고 감각적인 문체를 통해 한국문학사에서 잊히지 않을 사랑의 순간들을 만들어내고 있다. 이 순간들은 이혼과 불륜이라는 소재적 범주를 넘어 ‘생은 과연 무엇이고 나는 진정 누구인가’라는 근원적인 질문을 던지며 그 질문의 답을 찾기 위해 인간 본질을 집요하게 파고든다. 『내 생에 꼭 하루뿐일 특별한 날』은, 작가가 그동안 작품 속에서 제기했던 질문, 즉 인간과 세계의 이면에 존재하는 심연, 즉 존재의 본질은 무엇인가라는 격렬하고도 섬뜩한 질문에 대한 스스로의 대답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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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하의 『검은 꽃』은 뇌쇄적인 작품이다. 가장 약한 나라의 가장 힘없는 사람들의 인생경영을 이렇게 강렬하게 그린 작품은 일찍이 만나기가 어려웠다. 그것은 작가가 이들의 고난을 처절하게만 그려 연민의 눈물을 쥐어짜내는 감상주의에 빠지지도 않았고 주인공의 의지만으로 역경을 헤쳐나가는 '영웅본색'식 모험담에 유혹당하지도 않았기 때문이다. 『검은 꽃』에서 가혹한 운명과 마주한 사람들은 그 운명에 맞서 싸울 힘 하나 없는 바로 그 처지로 자신들의 운명을 다스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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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동네 한국문학전집 018
박현욱 장편소설 아내가 결혼했다 제2회 세계문학상 수상작이기도 한 박현욱의 『아내가 결혼했다』(2006)는 “‘나’의 아내가 다른 남자와 결혼했다”라는 발칙한 이야기로 출간 당시 많은 논란과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단순히 소재의 충격적 차원에 그치지 않고 오늘날 독점적 사랑과 결혼 제도의 통념에 대해 진지하게 고찰해볼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한 이 소설은 두 남자와 한 여자 사이의 연애-사랑-결혼을 박진감 넘치는 축구경기와 절묘하게 결합시키면서 강력한 흡인력을 지닌 서사를 만들어냈다. 2008년 정윤수 감독에 의해 동명의 제목으로 영화화되면서 다시 한번 ‘아내가 결혼했다’라는 논쟁적 주제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이끌어내기도 했다. 축구를 사랑하는 남자가 축구를 사랑하는 한 여자를 만났을 때, 그 여자와의 사랑이 축구만큼 즐겁고 축구보다 뜨거울 때, 남자는 이미 유니폼을 입고 사랑의 구장으로 돌진할 모든 준비를 마쳤을 것이다. 그러나 소설은 말하고 있다. “아내가 결혼했다”고. ‘아내’는 내 아내인데 ‘결혼’은 남의 것일 때, 아내의 손을 잡은 두번째 남편이 터무니없이 태연할 때, 남자는 진작 유니폼을 벗고 사랑의 잔디를 깎아버릴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소설은 말을 멈추지 않는다. 기울어진 사랑을 보는 바른 자세가 기울인 몸밖에 더 있겠느냐고. 『아내가 결혼했다』는 묻는다. 발칙한, 이상한, 그러나 살아 있는 사랑만으로는 부족합니까? 그런데, 사랑이 뭐지요? 소설의 마지막 장을 덮고 나면 아내가 결혼했노라는 범주 밖의 속삭임(푸념이나 절규가 아닌)이 작가의 정당한 상상과 그 반추에서 파생된 목소리임을 알 수 있다. 그리고 신선한 방식으로 사랑의 두 얼굴을 관전할 수 있다는 점이 도덕적 통념을 벗어난 박현욱표 순정을 손가락질할 수 없는 이유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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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동네 한국문학전집 019
천명관 장편소설 고래 제10회 문학동네소설상 수상작인, 천명관의 『고래』(2004)는 지금까지의 소설 문법과 그 궤를 전혀 달리하는 작품으로, ‘노파-금복-춘희’로 이어지는 세 여인의 굴곡지고 파란만장한 삶을 농염한 묘사와 압도적인 서사로 그려내며 단번에 평단과 독자를 사로잡았다. 신화적 상상력, 민담, 사회 괴담, 무협지 등 소설적 토양에 뿌리를 두고 있으면서도 어느 순간 이를 훌쩍 뛰어넘는 이야기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면서 한국소설의 외연을 한층 더 확장시켰다는 평가를 받았다. 고래 출간 이후 십 년. 그사이 한국 소설은 더 많은 파격을, 더 화려한 문장을 시도하고 구사하는 작가들의 손끝에서 몸을 부풀렸지만, 그럼에도 『고래』가 구축한 방대한 서사와 생동하는 인물들은 해를 거듭할수록 그 밀도를 더하고 있다. 작가가 (스스로 만든) 이야기꾼의 입을 빌려 쏟아놓은 무궁무진한 변주가 이 소설의 무너지지 않는 뼈대이자 살이기 때문이다. 금복을 떠올리면 춘희가 딸려오고, 춘희를 떠올리면 노파가 따라나오는 마술. 후에 『고래』를 이야기하는 사람들은 어쩌면 조금씩 다른 버전으로 소설을 기억할지도 모른다. 신화, 영화, 드라마, 연극 등 능수능란하게 장르를 오가며 이야기 꽁무니에 이야기를 달아둔 천생 소설가 천명관의 스텝은 소설 속 스토리의 변주인 동시에 작은 세계의 확장의 과정이기도 할 터이다. 『고래』는 단순히 색다른 모양새의 이야기들을 집약해놓은 소설이 아니라 우리 삶의 문을 쑥 밀고 들어오는 커다란 머리다. 독자는 그 우거진 머리를 헤치고 맛보고 다듬으며 저마다 찾고 싶은 군상을 발견하고 공감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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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동네 한국문학전집 020
박민규 소설 카스테라 독보적인 스타일의 작가 박민규의 『카스테라』(2005)는 가정 형편 때문에 지하철 푸시맨이 된 고등학생의 이야기인 「그렇습니까? 기린입니다」, 고시원 키드였던 자신의 삶을 담담하게 회상하는 「갑을고시원 체류기」 등 밑바닥 삶에 대한 애정을 보여주는 작품에서부터 「몰라 몰라 개복치라니」「대왕오징어의 기습」 등 재기발랄한 상상력이 엿보이는 작품까지, 소위 “박민규적”인 것으로 가득 차 있는 기념비적인 작품집이다. 소설적 규약을 파격적으로 해체하는 그의 작품은 이후 등단한 소설가들에게 지대한 영향을 미치며 새로운 소설사의 전개를 예고했다. 투정 같기도, 냉소 같기도, 외로운 남자의 싱거운 농담 같기도 한 『카스테라』속 사연들은 부드럽거나 우아한 것과는 거리가 멀지만, 우리는 박민규가 띄워놓은 투박한 오리배에서 빠져나오지 못한 채 부지런히 발을 굴려 나아가게 된다. 절망적인 순간에도 위트를 잃지 않는 인물들이야말로 우리의 눈을 사로잡아 오리배의 전진을 부추기는 ‘옴므파탈’이 아닐까. 한편, 소설 특유의 유쾌한 분위기와 인물들의 치명적인 매력에 매료되어 한 번 읽고 난 『카스테라』를 또다시 펼쳐들게 하는 힘의 기원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유머와 풍자를 넘어 인간 내면의 고독을 예리하게 포착하는 작가의 눈썰미가 바로 그것이다. 어느 시의 한 구절처럼 “참고 싶은 것은 다 참을 수 없는 것”일진대, 박민규는 세상을 ‘참아내는’ 방법을 말한다. 별다른 지침이 아니라 담담한 고백이기에 위로가 되는, 현실과의 대면 방법. 무르지 않아서 더 맛있는 『카스테라』의 속살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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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동네 한국문학전집 발간에 부쳐
한국문학의 ‘새로운 20년’을 향하여 문학동네가 창립 20주년을 맞아 ‘문학동네 한국문학전집’을 발간한다. 1993년 12월 출판사 간판을 내건 문학동네는 이듬해 창간한 계간 『문학동네』와 함께 지난 20년간 한국문학의 또다른 플랫폼이고자 했다. 특정 이념이나 편협한 논리를 넘어 다양한 문학적 입장들이 서로 소통하는 열린 공간이고자 했다. 특히 세기말 세기초에 출현하는 젊은 문학의 도전과 열정을 폭넓게 수용해 한국문학의 활력을 높이는 데 이바지하고자 했다. 돌아보면 세기말은 안팎으로 대전환기였다. 탈이념화를 중심으로 디지털 기반 정보화와 신자유주의 세계화가 서로 뒤엉켰다. 포스트 시대의 복잡성은 광범위하고 급격했다. 오래된 편견과 억압이 무너지는가 싶더니 도처에 새로운 차이와 경계가 생겨났다. 개인과 사회를 하나의 개념으로 묶어내기 힘든 형국이었다. 많은 시대가 겹쳐 있었고, 많은 사회가 명멸했다. 과잉과 결핍이 롤러코스터를 타고 전 지구적 일극 체제를 강화했다. 지난 20년간 문학을 둘러싼 환경은 호의적이지 않았다. 새삼스럽지만, 문학의 위기, 문학의 죽음은 언제나 현재진행형이다. 그래서 문학의 황금기는 언제나 과거에 존재한다. 시간의 주름을 펼치고 그 속에서 불멸의 성좌를 찾아내야 한다. 과거를 지금-여기로 호출하지 않고서는 현재에 대한 의미부여, 미래에 대한 상상은 불가능하다. 한 선각이 말했듯이, 미래 전망은 기억을 예언으로 승화하는 일이다. 과거를 재발견, 재정의하지 않고서는 더 나은 세상을 꿈꿀 수 없다. 문학동네가 한국문학전집을 새로 엮어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번 전집은 몇 가지 특징을 갖는다. 먼저, 한글세대가 펴내는 한국문학전집이라는 것이다. 문학동네는 전후 한글세대를 중심으로 1990년대 이후 한국문학의 주요 생태계를 형성해왔다. 이번 전집은 지난 20년간 문학동네를 통해 독자와 만나온 한국문학의 빛나는 성취를 우선적으로 선정했다. 하지만 앞으로 세대와 장르 등 범위를 확대하면서 21세기 한국문학의 정전을 완성해나가고자 한다. 문학동네 한국문학전집의 두번째 특징은 이번 문학전집이 1990년대 이후 크게 달라진 문학 환경에 적극 대응해온 결과물이라는 것이다. 문학동네는 계간 『문학동네』의 풍성한 지면과 작가상, 소설상, 신인상, 대학소설상, 청소년문학상, 어린이문학상 등 다양한 발굴 채널을 통해 새로운 문학적 징후와 가능성을 실시간대로 포착하면서 문학의 영토를 확장하는 데 기여해왔다. 그래서 이번 전집을 21세기 한국문학의 집대성을 위한 의미 있는 출발이라 고 해도 좋을 것이다. 셋째, 이번 전집에는 듬직한 동반자가 있다는 것이다. 김승옥, 박완서, 최인호, 김소진 등 작가별 문학전(선)집과 최근 100종을 돌파한 세계문학전집, 그리고 현재 16권까지 출간된 한국고전문학전집이 그것이다. 문학동네는 창립 초기부터 한국문학의 해외 진출을 위해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여왔다. 문학동네 한국문학전집은 통상적으로 펴내는 작품집과 작가별 전(선)집과 함께 한국문학의 특수성을 세계문학의 보편성과 접목시키는 매개 역할을 수행해나갈 것이다. 새로운 한국문학전집을 펴내면서 ‘문학동네 20년’이 문학동네 자신의 역량만으로 이루어졌다고 자부하려는 것은 아니다. 문인, 문단, 출판계, 독서계의 성원과 격려가 없었다면 문학동네의 오늘은 불가능했을 것이다. 그러므로 오늘, 문학동네 성년식의 진정한 주인공은 문학인과 독자 여러분이어야 한다. 이 자리를 빌려 거듭 감사드린다. 창립 20주년을 맞아, 문 학동네는 한국문학의 더 나은 미래를 위해 한국문학전집 1차분 20권을 선보인다. 문학동네는 해를 거듭할수록 그 가치를 더해갈 한국문학전집과 함께, 그리고 문학인과 독자 여러분과 함께 ‘새로운 20년’을 향해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가고자 한다. 많은 관심과 성원을 부탁드린다. 문학동네 한국문학전집 편집위원 권희철 김홍중 남진우 류보선 서영채 신수정 신형철 이문재 차미령 황종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