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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화(聖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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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에 올만한 계급은 산이나 바다에 피서를 떠났는지 가게가 한산하기 짝이 없으므로 여름 한 고패를 문을 닫히기로 하였다. 그것을 기회로 보라는 듯이 란야는 함손을 데리고 해수욕을 내뺀 지 여러 날이 되었다. 실상인즉 가게까지 닫힌 것은 요사이 생활이 어지간히 문란하여 온 란야에게 대한 꾸지람이요, 경계인 셈이었으나 란야는 도리어 담차게도 그 기회를 이용한 것이다. 거리의 룸펜이요 불량자인 함손의 어느 구석에 쓸모가 있느냐고 물으면, 돈 없고 일없는 궁측스런 꼴이 알 수 없이 마음을 댕긴다고 대답하는 란야였다. 가난을 싫어하는 란야에게 궁측스런 꼴이 마음에 들 리는 만무하나 극도로 유물적이요 감각적인 란야의 경우이니 아마도 눈에 띠이지 않는 그 어느 곳에 그를 끄는 요소가 있으리라고 짐작된다. 용돈이 떨어지면 나에게서 졸라다가 모르는 곳에서 함손과 같이 낭비하여 버리는 눈치까지 알면서도 나는 두 사람의 관계에 한마디도 입을 넣지 못하는 마음이었다. 일없이 거리에서 건들거리는 란야를 끌어다가 가게를 연 지 일년이 넘는 동안에 나는 그에게서 받을 것은 받았고 그 역 나에게 줄 것을 다 준 후이라 두 사람의 마음이 어느덧 늘어지고 심드렁하여진 관계도 있기는 있겠지만 나는 벌써 란야의 처신에 대하여서는 천치같이 되어서 드러내 놓고 질투라는 것을 느끼지 못하리만치 속이 누그러진 모양이다.
--- “성화”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