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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향(醉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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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어쩌면 그래, 인제서야 올까. 남의 눈이 빠지게 기다리게 해놓고 그래, 지금이 열시우? 내 참, 그래두 열한시든 열두시든 오기나 했으니 장허시우. 난 또 접때처럼 고랑떼를 먹이는 줄 알고 이때껏 혼자서 안달바가질 했지.
뭣이라고? 저 하는 소리 좀 봐. 어디 다시 한마디 해봐요? 어쩌면 너무 그렇게 사람의 맘을 몰라주시다간 괜히 죄받아요. 아우님두, 어쩌면 장난의 말이라두 그렇게 한담! 아우님이야 나 같은 것 아니고도 친구도 있고 말벗도 있고 또 고국에 돌아가시면 정말 친누님도 계시고 하겠으니까, '그까짓 것!'하고 발 새에 때꼽만치도 날 생각하지 않겠지만서두 참 난 안 그렇다우! 내야 아버지가 계시는 것두 아니구 어머니가 계시는 것두 아니구. 이 넓은 세상과 그 많은 인총에 나란 계집과 촌수 닿는 사람이라곤 하나도 없구려. 그런데다가 언제 죽을지도 모르는 이런 땅에 와서 고국 사람들의 얼굴까지 그리고 사는 내가 어쩌자고 아우님을 소홀히 생각하겠수? 난 정말이유. 아우님하고 의남매를 맺은 지도 벌써 석 달이나 되건만 난 한 번두 아우님을 의동생이거니 생각해본 적은 없어요. 내 동생이거니. 피를 나눈 동생이거니. 했지요. 동생이란 것두 아우님이 나보다 나이 십 년이나 차이가 있으니까 그렇게 생각이 드는 것이지 만약 아우님의 나이가 나보다 단 한 살이라도 맏이 된다면 난 오라버님 대우를 깍듯이 했겠으리다. 다섯 해만 맏이라도 나는 아저씨처럼. 아버지처럼 받들었을 게야요. --- “취향(醉香)”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