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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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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그림 좀 봐 주십쇼."
그는 나를 이끌고 그림 앞에 가 섰다. 그러나 나는 그림을 보는 순간 마치 무엇으로 얻어맞은 것같이 멈칫 섰다. 그의 그림은 예수가 사십 일 동안을 광야에서 단식을 할 때에 마귀가 떡을 가지고 와서 꾀는, 그 신 이었다. 사람으로서의 극도의 주림과 괴로움과, 및 그것을 쳐 물리려는 경건한 넋을 ○는 그려보려 하였다. 극도의 추(醜)이면서도, 또한 극도의 미(美)인, 그 순간의 예수의 표정을 그려보려한 것이었다. 그러나 그 그림 속에 나타난 예수의 표정은 어떠하였나. 고민은 확실히 나타나 있었다. 괴로움도 확실히 나타나 있었다. 그러나 경건하고 참되고 굳세어야 할 예수의 표정에 의심과 증오와 악독함을 볼 때에, 나는 오히려 놀랐다. 나는 얼빠진 것같이 잠깐 그것을 바라보다가 두말 없이 나아가서 붓을 들고, 거기 흰 기름을 발라서 그 예수의 얼굴을 지워 버렸다. 그리하여 그 그림에는 악독함과 간사함의 권위인 마귀와(머리 없는) 예수와 뒤로 멀리 보이는 요단강 및 거기 점철되어 있는 양의 무리만 남아 있게 되었다. ○는 맥없이 나를 보다가 다시 교자에 주저앉으며 머리를 숙여 버렸다. 그리고 그 다음 순간, 그의 입에서는 기다란 한숨이 나왔다. --- “유서”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