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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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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차는 종로에 이르렀다. 그는 전차에서 내려서(그에게는 향기롭다 생각되는) 피존 한 대를 붙여 물고 안국동으로 향하였다. 그리고 문득 앞을 보매, 아까 그 계집애가 앞서서 활발히 걸어간다. 그는 한 번 다시 그런 계집애를 마누라로 삼고 싶었다. 그는 앞에 보이는 좁은 골을 보고, ‘그리로 들어가서 한참 가면 D의 집이거니’ 생각할 때에 그 계집애는 벌써 그 골목으로 들어갔다. 그는 부끄러워서 옆 골목으로 돌아가려다가 그만 그 골목으로 들어섰다. 이리하여 한참 가는 동안 그 계집애는 길을 인도하는 듯 때때로 힐끗힐끗 돌아보면서 그의 앞을 걸었다.
마침내 D의 집에 이르렀다. 그가 D를 찾으려고 뜻 없이 앞을 볼 때 그 계집애가 D의 집에서 대여섯째 되는 어떤 깨끗한 집으로 쑥 들어가버렸다. 그는 그만 정신없이 걸어나가서 그 집을 들여다보았다. 그는 펄떡 놀랐다. 가난한 그에게는 ‘깨끗한 집과 학교 졸업한 마누라’라는 것이 머리에서 떨어져본 적이 없었다. 그리고 그는 몇 가지의 집을 머릿속에 그려보고는 지우고 하였다. 이리하여 마침내는 완전하고 쓸모 있고 깨끗한 집이 머릿속에 생겨났다. 그리고 돈만 벌면 이런 집을 지어보리라고 마음속에 굳게 생각하였다. 그러나 그 계집애가 들어간 그 집이야말로 ‘이것이면’하고 그의 머릿속에 건설된 그 집에 다름없었다. 드높고 서늘한 대청이며, 깨끗하게 생긴 건넌방이며, 또는 대청 앞에 새로 해놓은 화단이며, 그의 연래로 바라던, ‘바람’의 덩어리가 뭉쳐서 이 집이 되지 않았나 생각될 만한 집이었다. --- “피고”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