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레마 터치, 크레마원 기본뷰어 이용불가
|
지주회시
|
|
수염을 깎고 첩첩이 닫어버린 번지에서 나섰다. 따는 크리스마스가 봄날같이 따뜻하였다. 태양이 그동안에 퍽 자란가도 싶었다. 눈이 부시고 또 몸이 까칫까칫조 하고 땅은 힘이 들고 두꺼운 벽이 더덕더덕 붙은 빌딩들을 쳐다보는 것은 보는 것 만으로도 넉넉히 숨이 차다. 아내 흰 양말이 고동색 털양말로 변한 것 기절은 방(房) 속에서 묵는 그에게 겨우 제목만을 전하였다. 겨울 가을이 가기도 전에 내닥친 겨울에서 처음으로 인사 비슷이 기침을 하였다. 봄날같이 따뜻한 겨울날ㅡ필시 이런 날이 이 세상에 흔히 있는 공일날이나 아닌지 그러나 바람은 뺨에도 콧방울에도 차다. 저렇게 바쁘게 씨근거리는 사람 무거운 통 짐 구두 사냥개 야단치는 소리 안열린 들창 모든 것이 견딜 수 없이 답답하다. 숨이 막힌다. 어디로 가볼까. (A취인점[取引店]) (생각나는 명함) (오[吳]군) (자랑마라) (이십사일[二十四日]날 월급이든가) 동행이라도 있는 듯이 그는 팔짱을 내저으며 싹둑싹둑 썰어 붙인 것 같이 얄팍한 A취인점 담벼락을 삥삥 싸고 돌다가 이 속에는 무엇이 있나. 공기? 사나운 공기리라. 살을 저미는 과연 보통 공기가 아니었다. 눈에 핏줄ㅡ새빨갛게 달은 전화 그의 허섭수룩한 몸은 금시에 타죽을 것 같았다. 오(吳)는 어느 회전의자에 병마개 모양으로 명쳐 있었다. 꿈과 같은 일이다. 오(吳)는 장부를 뒤져 주소씨명을 차곡차곡 써내려 가면서 미남자인 채로 생동생동 (살고) 있었다. 조사부(調査部)라는 패가 붙은 방 하나를 독차지하고 방사벽에다가는 빈틈없이 방안(方眼)지에 그린 그림 아닌 그림을 발라 놓았다.
--- “지주회시”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