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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협집이 부엌으로 물을 길어 가지고 들어오매 쇠죽을 쑤던 삼돌이란 머슴 놈이 부지깽이로 불을 헤치면서,
"어젯밤에는 어디 갔었읍던교?" 하며 불밤송이 같은 머리에 외수건을 질끈 동여 뒤통수에 슬쩍 질러 맨 머리를 번쩍 들어 안협집을 훑어본다. "남 어데 가고 안 가고, 임자가 알아 무엇할 게요?" 안협집은 별 꼴사나운 소리를 듣는다는 듯이 암상스러운 눈을 흘겨보며 툭 쏴 버린다. 조금이라도 염량이 있는 사람 같으면 얼굴빛이라도 변하였을 것 같으나 본시 계집의 궁둥이라면 염치없이 추근추근 쫓아다니며 음흉한 술책을 부리는 삼십이나 가까이 된 노총각 삼돌이는 도리어 비웃는 듯한 웃음을 웃으면서, "그리 성낼 거야 뭐 있읍나? 어젯밤 안주인 심부름으로 임자 집을 갔으니 깐두루 말이지" 하고 털벗은 송충이 모양으로 군데군데 꺼칫꺼칫하게 난 수염을 숯검정 묻은 손가락으로 두어 번 쓰다듬었다. "어젯밤에도 김 참봉 아들에 사랑방에서 자고 왔읍네 그려." 삼돌이는 싱긋 웃는 가운데에도 남의 약점(弱點)을 쥔 비겁한 즐거움이 나타났다. "무엇이 어쩌고 어째, 이 망나니 같은 놈." 하는 말이 입 바깥까지 나왔던 안협집은 꿀꺽 다시 집어삼키면서, "남 어데 가 자든 말든 상관할 것이 무엇인고" 하며 물동이를 이고서 다시 나가려 하니까, "흥 두구 보소, 가만 있을 줄 알았다가는" "듣기 싫어! 별 꼬락서니를 다 보겠네." --- “뽕”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