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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소를 팔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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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아침.
해가 뜨느라고 갈모봉 마루턱이 불그레니 붉어오른다. 하늘은 구름 한점 없고 차갑게 푸르렀다. 지붕이랑 마당에는 된서리가 뽀얗게 내렸다. 마당 한가운데로 멍석과 가마니 폭을 여러 닢 이물려 펴고 볏단을 수북이 져다 부렸다. 외양간에서 중소는 되는 암소가 김이 무럭무럭 나는 쇠물통에다 주둥이를 처박고 식식거리면서 맛있게 먹는다. 닭이 덤벼들어서 쇠물에 섞인 수수알맹이를 개평 떼느라고 등쌀이다. 소 닭보듯 한다더니 저 먹을 것을 마냥 개평 들려도 소는 본숭만숭이다. 소를 저렇게 밥을 주고서 나는 왜 안 주느냐고 외양간 옆 도야지울에서 도야지란 놈이 몸뚱이를 반이나 울 너머로 내놓고 일어서서 소리소리 지르면서 생떼를 쓴다. 그러는 것을 바둑강아지가, 자식 쌍통 묘하다는 듯이 빈들빈들 바라다보고 앉아서 웃어쌓는다. "그샐 못 참아서!" 마침 장손(長孫) 네가 혼잣말로 그러면서 동네집에서 쏟아오는 뜨물동이를 머리에 이고 사립문 안으로 들어선다. 바둑이가 냉큼 달려나가 가로 뛰고 모로 뛰고 하면서 좋아한다. 도야지란 놈은, 응 인제는 되었다고, 어서 인제는 일러로 가져오라고, 꿀꿀꿀 점잖이 재촉하면서 연방 코를 벌씸거린다. 밥이 제풀에 잦혀지다 못해 밥탄 내가 흥건히 풍긴다. 곧 구미가 당기게 하는 구수한 밥탄 내다. 장손네는 질겁을 하여 뜨물동이를 아무데나 내려놓고 부리나케 부엌으로 쫓아들어간다. 그만 졸 뻔하다 말고 도야지란 놈이 도로 또 씨악을 질러댄다. 해가 미소를 하면서 갈모봉 마루턱으로 방긋이 솟아오른다. --- “암소를 팔아서”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