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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약(痲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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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두발에 채여 보득 아버지는 뜰 아래로 굴러 떨어졌다.
어둠이 호수 속처럼 퐁그릉 차 있는 여기, 촉촉히 부딪치는 풀잎, 이슬. 쳐다보니 수림이 꽉 엉키었고, 소복히 드리우는 별빛, 갑자기 뒤따르는 남편의 신발소리가 이상해 돌아보는 찰나, 무서워 어쓸해진다. ‘대체 이 산골로 뭘하러 들어올까, 왜 그리 보득일 재워 눕히라 성화였나, 이리 멀리 올 줄을 짐작했다면 꼭 업고 올 것을. 또 한 번 물어봐.’ 목이 화끈 달아오른다. 급한 때면 언제나처럼 열리지 않는 입술, 두 번 묻기가 어렵게 성내는 남편의 성질, 오물거리는 혀끝을 지긋이 눌렀다. 발끝이 거칫하고 잠깐 다녀올 데가 있다던 남편의 말이 거짓말인 양 눈물이 핑 돈다. 조르르 소르르 어깨 위를 스쳐가는 것이 솔잎인 듯, 송진내 솔그러미 피어 흐르고 깜박깜박 나타나는 별빛이 보득의 그 눈 같아 문득 서게 된다. 남편의 호통에 안 일어나고는 못배길 것이니 이렇게 따라 나섰고 또한 멀리 올 것을 모르고 보득일 재워 눕히고 온 것을 생각하니 남편의 말이라면 너무나 믿고 어려워하는 자신이 새삼스럽게 미워진다. 꼭 보득의 숨소리 같은 벌레소리가 치맛길에 가득히 스친다. ‘날 죽이고 그가 죽으려고 이리 오나.’ 거미줄 같은 별빛에서 뛰어오는 생각, 이년 전 뒷뜰 살구나무에 목매어 늘어졌던 남편의 꼴이 검실검실 나타난다. 소름이 오싹 끼처진다. ‘그래도 죽으려는 것을 못 죽게 하니까 이번엔 날부텀 죽이고 죽으렴인가, 보득일 어쩔꼬.’ 팔싹 주저앉고 싶은 것을 간신히 걷는다. 허리를 도는 바람결에 놓지 않으려던 보득의 혀끝이 젖꼭지에 오물오물 기어간다. 그는 돌아섰다. 솔잎이 뺨을 찰싹 후려친다. --- “마약(痲藥)”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