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석죽화
|
|
맨 처음에 내가 기차를 타려고 베를린(伯林) 어느 정거장 플랫폼에 섰을 적이었다. 그 때는 이번 전쟁이 시작된 지 이삼 주일밖에 아니 되었다. 모든 군인을 가득히 실은 기차가 기적 소리를 내고 동(動)하기를 시작하였다. 아즉도 늙은 부모 어린 아이 사랑하는 안해를 이별하고 만리 전역(戰域)에 나가는 사람을 보내는 여자들이 남아 있다.
낙담하고 있는 이, 단념하고 있는 이, 멀거니 바라만 보고 있는 이, 훌쩍훌쩍 울고 있는 이, 다 같은 설움으로 그 형상은 형형색색이다. 그러나 이런 사람의 슬픔에 아모 관계도 없는 사람까지라도 심장이 찢어질 듯하다. 왜? 각 개인이라도 혹은 고독한 자라도 인류라는 크고 큰 묶음에 묶여 있는 것과 또는 인류의 슬픔은 자기의 슬픔과 같이 혹독한 것이 명확히 노출되는 까닭이다. --- “석죽화”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