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만보 노인
|
|
"아무래도 할멈 말이 옳을까부다"
만보 영감은 간신히 몸을 모로 세우며 한숨을 내쉬었다. 살았을 때는 꼬리를 밟힌 독사처럼 악만 바락바락 쓰던 할멈이었지마는 그래도 할멈밖에 자기를 생각해주는 사람은 없는가 했다. 저승에 가서까지 영감 걱정을 했으니까 그 혼백이 자기를 찾아온 게거니 했다. 먹고살기에 쪼들려서 화풀이할 곳이 없으니까 자기에게 그렇게 억척으로 군 것을 모르는 영감은 아니면서도 아침 저녁으로 갖은 포악을 다 듣고 어떤 때는 대추씨만큼밖에 안 남은 꼭뒤상투까지 꺼들리는데 진저리가 나서 시원스레 잘 죽었다고 진정으로 생각한 일까지 있던 자기 자신이 새삼스레 돌아다보이었다. 홧김에 한 말이지만서도 거꾸러지지도 않는다고 갖은 악담을 한 것이 새삼스레 후회가 났다. --- “만보 노인”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