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려의 기품
|
|
때는 지금으로부터 육백년 전. 바로 고려의 왕조가 망하고 한양에 이조가 새로 도읍하기 전 삼십여년 안팎이 되는 해였다.
황해도 배천군(黃海道白川郡)에 사는 어떤 젊은 엽사(獵師) 한 사람이 영변 묘향산(寧邊妙香山)으로 사냥을 갔었다. 짐승을 잡는 재미에 해가 가는 것도 알지 못하고 자꾸만 심산궁곡(深山窮谷)으로 가다가 급기야 어떤 무인지경에 이르러서는 해가 아주 서산에 떨어져서 천지가 암흑하게 되었다. 지척을 분별하기 어려운 적막한 산중에 인적(人跡)이 아주 고요하고 다만 바람소리 물 소리만 들릴 뿐이었다. --- “고려의 기품”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