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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시대인의 거리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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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는 일없이 공연히 바빠서 두어 달 동안 소설을 읽지 못했다. 다행히 창작평을 쓰라는 부탁을 받고 생량(生凉)해진 하룻저녁을 9월호의 잡지를 펴고 앉아서 즐거운 시간으로 보냈다. 역시 소설을 읽는 건 나에게 있어서는 즐거운 일이었다. 읽어가면서 동료나 선배들이 생각하고 있는 것을 공감하고, 그가 펼쳐 보여주는 세계를 따라 다니며 구경하고, 혹은 그의 제기하는 문제에 회의를 품어 보고, 동직자(同職者)만이 가질 수 있는 상호간의 비법을 뒤적여 보고 이렇게 하면서, 나는 밤이 깊은 줄을 몰라도, 끝끝내 후회를 하지 않았다. 지금 읽은 것에 대한 간단한 느낌을 초(草)하여 독후기(讀後記)를 꾸미려고 한다.
춘원 이광수 씨의 『문장』지 소재 「육장기(?庄記)」는 별로 새로운 것의 기록이 아니었다. 「사랑」이나 「무명」이나 혹은 그것보다도 더 많이 「산거기(山居記)」의 연장인 것이다. 씨가 작금간에 포회(抱懷)하고 있는 심경을 가장 간명하게 할 수 있는 데서 새로운 흥미를 느껴가며 읽을 수 있었다. 읽고 난 뒤에 나는 이렇게 생각해 보았다. 나도 춘원과 같은 연기(年紀)에 이르면 이런 심경에 도달하는 것일까, 이런 생각을 품고, 이런 위치와 지대에 자기를 안치하고 싶게 되는 것일까? --- “동시대인의 거리감”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