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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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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장하는 나의 시늉을 흘겨보고는 아내는 그날부터 행장을 꾸리기에 정신이 없다. 행장이라야 지극히 간단한 것이나 잘고 빈틈없는 여자의 마음씨라 간 뒤의 집안 살림살이의 요령과 질서까지를 일가 아이에게 뙤어 주고 거기에 맞도록 집안을 온통 한바탕 치우고 정돈하기에 여러 날이 걸리는 모양이었다. 눈에 뜨이리만치 말끔하게 거두어진 것을 나는 신기하게 바라보았다. 그러나 집안이 정돈된 것보다도 더 신기한 일이 생겼다. 떠나는 그날 저녁 거리에서 돌아온 아내의 자태에 일대 변혁이 생겼던 것이니 머리를 자르고 퍼머넨트를 건 것이다. 집안이 정리된 이상의 정리이었다. 멀끔하게 추려서는 고슬고슬 지져놓은 머리는 용모를 일변시켜 총명하고 개운한 자태로 만들어 놓았다. 굳이 펄쩍 뛰며 놀란 것은 없었던 것이 퍼머넨트에 대한 의론도 오래 전부터 있었던 것으로 층층대고 권한 장본인은 결국 내 자신이었던 까닭이다.
여자의 머리로서 퍼머넨트를 나는 오래 전부터 모든 비판을 떠나 아름다운 것으로 생각해 왔다. 모방이니 흉내니 한다면 이 땅에 그럼 현재 모방이 아니고 흉내가 아닌 무엇이 있단 말인가. 살로메가 요한의 머리를 형용해서 에돔 나라의 포도송이 같다고 한 머리 그것을 나는 남녀간의 머리의 미(美)의 극치라고 생각해 왔던 까닭에 아내의 머리에 그 운치를 베풀자는 것이었다. 내가 놀란 것은 도리어 아내의 그 결단성이었다. 아무리 층층대도 오랫동안 주저하고 머뭇거리던 것을 그날로 단행한 그 결단 성인 것이다. --- “향수”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