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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時)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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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차 정류장까지 5분, 전차를 타고 15분, 또 내려서 걷고. 아무리 해도 시간이 빳빳할 것 같다.
전차를 내려서 보니 부민관의 이마빼기에 시계 침은 벌써 기역자로 꺾이었다. 아홉시 반이다. 뛰다시피 걸음을 놓다 보니 자기의 꼴이 못 견디게 우습다. 수염에 흰 물을 드리고 출근부에 제재를 받아, 먹은 밥이 부꾸여 오르도록 뛰어야 한다는 것은 확실히 자신에의 모욕인 것이다. 그러나 출근부에 빨간 도장이 나란히 찍히지 못하는 때 말썽은 일어난다. 아니 뛸 수 없다. 이러한 속살을 아는 벗이 뒤에서 자기의 꼴을 보고 손가락질을 하며 코웃음을 치는 것 같아 아니아니한 마음을 주려 잡고 뛰어가지 않는 것처럼 보여질 만한 정도의 걸음으로 씨걸씨걸 내닫는다. 기어코 시간은 늦었다. 벌써 출근부는 정리가 되어 있다. 정리를 표시한 자줏빛 스탬프의 ‘정[整]’자 인이 또렷이 찍히운 위에다 곤호는 멋쩍게 도장을 꾹 누르고 제 자리로 와 앉는다. 제각기 저 할 일에 바쁜 사무원들은 여전히 머리를 수굿하고 펜을 놀릴뿐, 한 번 거들떠보지도 않는다. 곤호의 책상 위에도 교정은 수두룩이 와 쌓여 있다. 오정가지 끝내야 될 교정임을 깨닫고 펜을 들었다. --- “시(時)”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