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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학(黜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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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숙(英淑)은 그의 최상의 자랑이요 그의 생명보다 중요하게 생각하던 월궁(月宮)의 선녀가 여왕의 잔치에 참석하러 갈 제 입는 듯한 모든 비단 의복과 모든 화장품을 자기 방바닥에 흐트러 놓고 방창(房窓)을 의지하여 갓뿌린 물김이 화초밭 공기를 적시고 그윽한 향내가 가는 바람과 함께 서양(西洋) 사창장(紗窓帳)을 흔들며 들어오는 것을 맡으며 수심에 싸인 눈으로 다만 저 건너 연돌(煙突)에서 가는 연기가 공중으로 올라가 슬그머니 사라지는 것만 바라본다.
조금 있다가 그의 두 눈에는 구슬 같은 눈물이 떨어지며 그의 입술은 떨린다. 그는 다만 창장(窓帳)으로 그의 눈물을 씻으며 무엇을 생각하듯 저쪽 공중만 물끄러미 쳐다본다. 아아, 그의 가슴속에는 무엇이 있관데 하염없는 눈물을 자아낼까? 그것은 인생으론 누구든지 차지한 정(精)이란 그것 까닭이다. 지금 자기 학교에서 출학(黜學)의 명령을 받은 이 어린 소녀의 쓰린 가슴속에 넘치어 흐르는 원한의 끓는 피를 알지 못하는 자는 그의 시비도 알지 못할 것이다. 그는 다시 방 한 귀퉁이에 놓인 책상을 의지하고, 붓을 들고 종이를 펴 무엇인지 쓰기를 시작한다. 그 쓰는 것은 무엇일까? 그것은 자기의 회상기(回想記)이다. 이 회상기는 무엇하러 쓰는 것일까. 이는 자기 심중의 일체를 자기의 약혼자인 이병철(李炳哲)을 위하여 쓰는 것이다. 이 회상기가 과연 허위가 없다 하면 이것으로 이영숙의 퇴학당한 사실을 알 수 있겠는지라, 이에 그 회상기를 소개하려 한다. --- “출학(黜學)”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