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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민(農民)의 회계보고(會計報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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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문이가 나를 찾아 서울로 온 것이 바로 지난 오월 그믐이다.
눈과 신경과 그리고 사지가 노그라지게 지친 몸으로 회사 인쇄소의 옆문을 무심코 열어 동무들의 틈에 끼여 나오느라니까 "학순이!" 하고 오랫동안 들어보지 못한 전라도 악센트로 나를 부르는 소리가 들린다. 누군가 하고 휘휘 둘러보는데 저편 담 밑에 섰던 웬 헙수룩한 시골사람이 나를 보고 반기며 쫓아온다. 나는 정말 병문이를 선뜻 알아보지 못하였다. 그가 쫓아와서 내 팔을 두 손으로 덥석 붙잡고(그의 눈에는 눈물이 핑 돌았다) "학순이 아닌가? 나를 모르겠어? 나 병문이여." 이렇게 말을 하는데 자세히 보니까 딴은 병문이는 병문이다. 얼굴 바탕이 아주 변하기는 변하였으나 갸름하던 윤곽이며 눈 코 입 모습이 어렴풋이 그대로 남아 있다. "웬일인가?" 나도 그의 팔을 마주 잡았다. --- “농민(農民)의 회계보고(會計報告)”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