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현수
|
|
명희[明姬] 이명희씨[李明姬氏] 노위[盧僞] 가식[假飾]
치과의사(齒科醫) 정현수(鄭賢洙)는 테이블에 접혀진 채로 놓여 있는 그날 신문지 위에다 모잽이 글씨로 이렇게 휘갈겨 써 보았다. 그때 건너편 기공실(技工室)에서 조수(助手)로 있는 병일이가 더위를 못 이겨서인지 바쁘게 부채질하는 소리가 들려오자 그는 얼른 펜 끝에 잉크를 듬뿍 찍어 박박 긁어낼 듯이 이제 쓴 글자를 도로 지워 버렸다. 그리고 담배를 한 개 꺼내 물고 아침에 문을 연 후 아직까지 환자(患者)라고는 그림자도 보이지 안어 깨끗하게 정돈된 그대로 있는 치료실 안을 휘휘 돌아본 후 반질반질한 치료 의자 위에다 이파리 속에 숨어 있는 봉선화 같은 명희의 환영을 그려 안았다. 그는 두 눈에다 모든 정력을 집중시켜서 치료 의자가 놓인 편 공간을 응시하였다. 가느다란 두 눈을 옆으로 흘기듯이 굴리며 살짝 웃는 발그레한 입술 통통한 어깨 위에 아래턱을 얹고 눈을 쫑긋해 보이는 귀여운 표정, 겨울이나 여름이나 옥색 치마만 입으려는 그 명희의 환영에 현수는 혼을 잃고 앉아 있었다. --- “정현수”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