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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旅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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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대의 준비도 있고 한 까닭에 그날 밤 영화가 끝난 후 거의 열 시가 넘었으나 쇼오의 일행은 전부 한번 무대에 모이기로 되었다. 스크린 뒤편에 배경을 세워야 하고 그 옆으로 조그만 막을 층층으로 드리워야하고 관객들이 헤어져 버린 빈 홀에서 숨을 놓고 그들은 설렐 대로 설렜다. 나는 책임상 관의 대표자격으로 남아서 피곤한 것을 무릅쓰고 그들과 동무하게 되었다. 조용한 속에서 꺼릴 것이 없이 못박는 소리를 탕탕내면서 며칠 후이면 다시 뜯어 버려야 할 객지의 살림살이를 차려놓느라고 법석들을 하는 양이 내게는 엄숙하면서도 한편 애닯게 보였다. 좌중의 장골은 뚱뚱한 삑톨과 이와높이어서 거센 일은 대게 그들이 앞서서 하는 것이었으나 그 아무 자리에 내놓아도 손색이 없을 늠름한 의장부들이 하필 할 일들이 없어서 낯설은 외지 조그만 무대에 와서 하치않은 그 일들을 하고 있노 느껴지면서 왠일인지 인생의 애수라는 제목이 가슴속에 굵게 맺혀오는 것이었다. 의장부라면 그 두 사람뿐이 아니라 조금 몸이 호리호리들은 하나 기타와 수풍금의 아키임과 크리이긴도 유라시안인 바이올리니스트 피엘(독일 성에 동양의 피가 섞였다고 한다)도 미목이 수려하고 총명하게 보이는 의장부여서 그들이 어쩌다 그런 삼류급 예술가의 행세를 시작했으니 말이지 그런 초라한 배경 속에서 벗어나서 의젓하고 소중한 사회의 자리에 앉혀 본다면 넉넉히 그 위품을 보존해 갈만한 인물들이다. 그런 그들로서 기껏 그 자리에서 못질을 한다 피아노를 끌어다 놓는다 의자의 위치를 작성한다 하는 것이 천하게만 보이면서 인물들이 아까워 견딜 수 없다.
--- “여수(旅愁)”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