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시계
|
|
바람은 없는데 나뭇잎이 부수수 떨어집니다. 추운 줄도 모르고 해가 저무는 줄도 모르고, 효남(孝男)이는 아까부터 풀밭에 앉은 채로 한숨만 후이후이 쉬고 있습니다.
제 집을 찾아가는지 작은 새 두세 마리가 짹짹거리면서 서쪽 하늘로 날아갔습니다. 그것을 넋을 잃은 사람같이 풀없이 쳐다보더니 그의 눈에는 눈물이 고여서 뺨에 흘러내렸습니다. 아아 불쌍한 어린 신세. 그는 아홉 살 때에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가난한 어머니의 품을 판 돈으로 시골서 보통 학교를 졸업하고, 남의 집 종이 되어 심부름을 하여서 야학(夜學)에라도 다녀보겠다고 서울로 와서 며칠씩 굶어가면서 벌이터를 찾아다니다 간신히 ○문 밖에 있는 이 ××목장에 와서, 낮에는 온종일 소떼를 지켜주며 심부름하고 새벽에는 자전거를 타고 이 동리 저 동리로 돌아다니면서 우유 먹는 집에 우유병을 돌려주고 한 달에 겨우 십삼 원씩 받고 있게 되었습니다. 밤에 야학에 다녀와서 몇 시간 자지도 못하고, 새벽에 일찍 자고 일어나서 무거운 우유 짐을 지고 한 바퀴 돌아와서, 온종일 소떼를 몰고 다니면서 풀을 뜯어 먹이고 저녁때에나 돌아와 야학에를 다녀오느라니, 열다섯 살밖에 안 된 어린 몸이 너무 고달파서, 떨어질 듯이 아픈 어깨를 제 손으로 탁 탁 치게 될 때에는, 남 못 보게 돌아서서 울기도 퍽 많이 하였습니다. 그러나 그러나 구차한 시골집에는 늙어 가시는 어머니께서 남의 집으로 다니며 방아도 찧어 주고 빨래도 하여 주시느라고 고생하시고, 어린 누이동생 효순이가 동리집 바느질을 맡아다가 밤잠을 못자면서 오빠 하나가 공부 잘 하고 돌아오기만 축수하고 있거니 생각하고는, 주먹으로 눈물을 씻고 이를 악물고 뛰어 나가고 뛰어나가고 하였습니다. 그리고 그럴 때마다 시골집 있는 서쪽을 향하여 ‘오오, 어머니! 효남이는 몸 성히 있습니다. 뼈가 녹더라도 공부는 마치고 가겠습니다’ 하고, 혼자서 부르짖었습니다. --- “금시계”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