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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처지(處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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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이 사람 마침 잘 만났네. 그렇잖아도 시방 자네게로 좀 찾아갈까 어쩔까 하고 서서 망설이는 참인데.
나? 어제 저녁에 올라왔어. 머 내 재미란 게 별것 있다. 명색이 지점장 대리라서 일은 한가하겠다, 또 주축하는 축들이 과히 상스럽진 않겠다, 하니까 심심하면 모여서 술추렴이나 하고, 그러지 머, 허허. 그만하면 나도 옳게 타락은 됐지? 허허. 사실 나야 변하고말고. 그래 댁내는 다 안녕하시고? 또, 재미나 좋았나? 아따 이 사람아, 그만하면 무던하이. 시방 이 세태에 그 이상 더 바란대서야 외려 도둑놈이지. 허허허 그렇잖나? 그렇지. 우리가 만난 지가 꽤 오랬어. 그래 그래, 그게 바로 작년 이월 초생이야. 나는 차에서 내리고, 일변 자네는 남쪽으로 가느라고, 그 차를 올라타고, 머, 인사도 변변히 못했겠다? 그러고서는 이번 첨이지? 응, 옳아 그랬어. 그래서 말이야, 오래 적조도 했고, 또 내가 서울이라고 올라와야 자네 말고서 어디 만만한 친구가 있나, 전과 달라서 말이지. 그래, 자네를 좀 붙잡아냈으면 꼭 좋을 생각인데, 아 그런데, 자네는 유명한 애처가(愛妻家)였다, 착한 파파였다, 일요일이면 으례껀 부인하고 아이들한테 가정 써어비스를 하는 사람인걸 섣불리 유인을 해냈다가는 자네 부인한테 눈치를 먹을 것이고, 사실 또 적악이기도 하고, 허허허허. 그렇지도 않다고? 그럴 리가 있나, 사실이라면 자네 맘 변했네. 그래서는 못쓰이. 사람이 가정의 낙을 본다는 게 적잖은 행운인 줄을 자네는 아직 깨닫지를 못한 모양일세. 설교? 허허, 설교. 그런지도 모르지. 그렇지만, 노상 고루한 수작은 아닐세, 아닌 것이. --- “이런 처지(處地)”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