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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효자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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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지 위에 벌여놓인 (大地) 모든 물건들을 꿰뚫을 듯이 더운 불볕이 내려쪼이는 삼복 여름 어느 오후였었다. 나는 학교에서 하학을 하고 땀을 뻘뻘 흘리며 돌아오다가 마침 주인집으로 들어가는 길 어귀에서 칠복(七福)의 어머니 최씨부인을 문득 만났다.
나는 그이를 보자 곧 ‘칠복의 소식을 듣고 올라온 것이다’고 직감적으로 깨달았다. 그와 동시에 칠복의 얼굴과 그 다리를 걷어치고 앉아 아편주사를 하던 모양이며, 까치 뱃바닥 같은 흰 손이 다시 서대문 감옥의 우중충한 붉은 담과 그 안에서 누렁 옷 입고 쇠사슬 차고 노역(勞役)을 하고 있을 그의 죽어가는 듯할 형상이며-그에 대한 여러 가지 일을 주마등과 같이 연상하였다. 그이(칠복의 어머니)는 몇 해 전에 칠복을 찾으러 서울까지 한번 올라와본 일은 있었으나 결코 다른 무슨 볼일을 본다든지 혹은 구경을 하려고 일부러 서울까지 올라올 그럴 팔자는 못되었었다. 그때에 내 앞에 서 있는 그이의 행색도 과연 세상의 가난과 고생은 혼자서 다 짊어지고 있는 듯이 야속하게도 초라하고 곤궁하게 보였다. 그이의 몸에 걸친 옷-땟물이나 빨아 입었는지 뚫어지고 해어지고 때묻고 땀에 녹아 몸에 칭칭 감기는 낡은 삼베치마와 적삼은 옷이라 하기는 너무도 걸레조각만도 못하였다. 희끗희끗 반백이나 된 머리털은 화투 바구리같이 부풀어 뜨고, 먼지가 소복히 앉은 버선발에는 뒤축 없는 짚신 한 짝과 다 찢어진 고무신 한 짝을 짝맞춰 끌었었다. --- “불효자식”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