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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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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숨을 지으면서 송씨가 틀에서 내려서 앞뜰까지 나섰을 때 골방에서 삼을 삼고 앉았던 늙은 시모는 무슨 일이냐고 입을 벙긋벙긋했다. 중근이 큰소리를 질러 곡절을 말해도 귀도 안 들리고 말도 못 번기는 노망한 노파는 안타까워서 손만 휘휘 내저었다.
논길을 걸어 내려오는 행력을 보고 송씨는 휘황한 느낌에 눈이 숙어졌다. 소를 탄 색시의 자태는 사람들 위로 우뚝 솟아서 높고, 그 발아래 편에 남편과 마을 사람들이 줄레줄레 달려서 누구나가 슬금슬금 색시의 모양을 우러러보는 것이었다. 소 목에 단 방울소리가 떨렁떨렁 울리는 속으로 사람들의 말소리가 지껄지껄 들리는 것이 흡사 잔칫집 행렬이었다. 내 혼례 때에도 저렇게 야단스럽진 못했겠다. 눈을 감고 가마를 탔을 뿐이지 저렇게 자랑스럽지는 못했겠다. 송씨가 그런 생각에 잠겨 있을 때 중근은 또 제 생각에 잠겨 내가 씨름에서 황소를 타 가지고 돌아올 때도 저렇게 야단스러웠던가. 마을의 젊은 축들이 뒤에서 떠들썩하고들 따라 왔을 뿐이지 저렇게 의젓하지는 못했던 것 같다고 작년 일을 생각하고 있었다. 따뜻한 볕을 잠뿍 받으면서 흔들흔들 가까워 오는 색시의 자태를 바로 눈앞에 바라보았을 때 그것이 꿈이 아니고 짜장 생시의 일임을 깨달으면서 송씨는 아찔해짐을 느꼈다. 이튿날은 잔치라고 마을의 여자란 여자는 죄다 재도의 집에 모여들었다. --- “산협”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