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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화공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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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월 한가위, 축시에 기운 달은 그 의젓하고 밝은 얼굴을 안압지(雁鴨池) 물속에 뉘엿뉘엿 잠그었다. 어지럽게 반공에 떠돌던 삼죽(三竹) 삼현(三絃) 박판(拍板) 대고(大鼓)가 어우러진 줄풍류 소리도 스러지고 구슬처럼 물얼굴을 스쳐 가던 청아하고도 구슬픈 「회소곡」도 끊인 지 오래다. 임해전(臨海殿) 밤 잔치도 거의거의 끝이 난 모양이었다.
육부의 처녀를 모아 두 패로 갈라 놓고 칠월 보름부터 팔월 한가위까지 두레 삼을 삼아 승부를 다툰 끝에 지는 편이 진수성찬을 장만하여 이긴 편에게 한턱을 내고 집안이 가난한 탓으로 음식을 준비 못해 내는 처녀는 그 벌로 「회소곡」을 불러 일좌의 흥을 돕던 옛 풍속도 오늘날 와서는 길쌈의 승부도 승부려니와 길쌈 끝난 한가위 달 밝은 밤은 위로 왕과 왕비를 모시고 왕자며 공주며 첫째 뼈 둘째 뼈의 귀인과 벼슬아치와 향단을 대표하는 부로와 육부의 처녀가 한자리에 모여 크나큰 잔치가 벌어지는 명절이 되고 말았다. 한순간 질탕한 잔치가 끝나려는 괴괴한 적막이 일대를 싸고 돈다. 연잎에 나리는 이슬 방울이 제법 사르럭사르럭 소리를 낸다. 수멀거리는 물속에 축 늘어진 갈대 그림자가 유난히 길어 보이었다. 문득 잠귀 밝은 물새 떼가 깜짝 놀랜 듯 푸드득 날아 오른다. 그 윤나는 나래는 마치 서릿발을 맞은 듯 달빛에 번득인다. 아니나 다를까 뒤미처 우둥우둥하는 발자최와 왁자지껄하는 사람 소리, 흐르렁거리는 말의 호통과 소의 울음이 고요하던 공기를 뒤흔든다. 궁문 밖에 등대했던 구종들이 상전 행차의 전갈을 듣고 별안간 그 차비에 법석을 하는 까닭이었다. 감격하고 즐겁고 흥겨운 이 밤의 놀이건만 닭이 두 홰 째 울었으니 아니 돌아갈 수 없는 것이었다. 어느새 임해전 길고 넓은 복도와 뜰엔 사람의 사태다. 활짝 열어제친 궁문으로 그들은 물결처럼 구비쳐 흐른다. --- “선화공주”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