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푸른탑
|
|
아파트에 돌아가서도 머리는 아프고 허리가 떨려 잠시도 진정할 수가 없었다.
선반에서 포도주 병을 꺼내어 큰 글라스로 마셔 본다. 괴로움과 시간을 말살할 수 있는 더 독한 마약은 없는 것일까 라며 휙 다시 한번 거리로 내려가 무난한 곳에 가서 강한 술을 마구 마시고 돌아왔다. 비틀거리면서 침대에 넘어지는 순간 책상 위의 속달이 눈에 띠었다. 떨리는 손끝으로 끌어당기니 요코의 흐트러진 필적이 여러 겹으로 망막에 비쳤다. 조금 전에 드린 말 너무 실례가 되었는지 모르겠습니다만 내게는 그런 감이 들어서 견딜 수가 없습니다. 만약 정말 그것이 오해라고 한다면 얼마나 행복스럽겠습니까. 지금 눈앞이 캄캄합니다. 내 고뇌가 이렇게 크리라고는 나도 처음으로 알게 되고 대단히 놀라고 있습니다. 이렇게 괴로울 바에는 차라리 눈 앞의 암흑 속으로 몸을 던져 버리는 쪽이 오히려 시원할 것입니다. 요코 무엇을 어떻게 하려는 편지인가, 기쁨은커녕 도리어 고뇌를 더해 주는 어두운 글이었다. 영민은 일어나서 책상에 기대어 답장을 썼다. 요코씨로부터 마저 오해를 받으니 내게는 이미 아무런 할말이 없습니다. 예지라고 한 것이 나빴다면 수박 겉핥기식의 구라파적 교양의 죄로 돌려주세요. 시간이 지나가면 서로 모든 것을 명백히 알게 것입니다. 영민 --- “푸른탑”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