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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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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회전의자에 앉아 의서를 보다가 흘끔 돌아보았으나 못 볼 것을 본 것처럼 얼른 머리를 돌리고 검실검실한 긴 눈썹에 싫은 빛을 푸르르 깃들이고서 여전히 책에 열중한 체한다. 저편 침대 곁에서 소곤소곤 지껄이던 간호부들은 입을 다물고 우두커니 서 있다. 그 중에 제일 나이 들어 보이는 간호부가 환자를 바라보자 얼굴이 해쓱해서 ‘오빠!’하고 부르렸으나 다시 보니 오빠는 아니었다. 가시로 버티는 듯한 눈을 억지로 내려 떴다. 마룻바닥은 캄캄하였다. 귀가 울고 가슴이 달막거린다. 꼭 오빠였다. 조금도 틀림없는 오빠이었다. 한데 눈 한 번 깜박일 새 그가 제일 싫어하는 무료과의 입원한 환자가 아니었던가. 내가 미쳤나, 소리를 쳤더라면 어쩔 뻔했어, 하고 다시 환자를 바라보았다. 오빠는 저러한 불쌍한 사람을 위하여 목숨까지 바친 셈인가! 이러한 생각이 불쑥 일어나자 그의 조그만 가슴이 화끈 뜨거워진다. 그는 얼른 알코올 십뿌(습포[濕布]:찜질수건)를 가지고 환자의 곁으로 가서 붕대에 손을 대었다. 오빠는 참으로 이런 사람을 위했음인가? 머리가 어찔해지고 손끝이 포들포들 떨린다. 풀리는 붕대에서는 살 썩은 내가 뭉클뭉클 일어난다. 참말 오빠는 사형을 당하였어, 거짓 소리가 아닐까. 손은 환부를 꾹 눌러 누런 고름을 뽑으면서 맘으로는 이리 분주하였다.
뻘건 피가 고름에 섞여 주루루 흘러내린다. 그는 손에 힘을 주었다. 퉁퉁 부은 환부에 손이 옴쑥 들어가며 다리뼈 마디에 맞질리운다. 발그레한 손끝에 피와 고름이 선뜻 묻혀진다. 오빠의 얼굴이 선히 떠오른다. 오빠는 목숨까지 바쳤거든 나는 요만 병자를 대하기도 싫어했구나. 눈이 캄캄해지며 형용할 수 없는 감격이 토실히 부은 그의 눈등에까지 흔흔히 올라오고 있다. --- “어둠”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