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발(簾)〉
현진건의 생애와 작품 |
|
〈발(簾)〉은 1924년 4월 《시대일보》에 연재된 현진건의 단편소설이다.
기억이 좋은 분은 작년 여름 야시에서 순사가 발 장수를 차 죽인 사단을 잊지 않았으리라. 그때 모든 신문은 이 기사로 거의 삼면의 전부를 채웠고 또 사설에까지 격월 신랄한 논조로 무도한 경관의 폭행을 여지없이 비난하고 공격하였었다. ─ 본문 중에서 온 세상도 이 칼자루의 위풍을 빌려 무고한 양민을 살해한 놈을 절치부심하였었다. 더구나 그 무참하게도 목숨을 빼앗긴 이야말로 씻은 듯한 가난뱅이이며 열 살 먹이가 맏이고 일곱 살, 다섯 살, 세 살 먹이의 부친이며, 성한 날 별로 없는 뇌집병쟁이의 남편이며, 왼 집안 식구를 저 한 손으로 벌어먹여 살리던 그가 비명횡사를 하고 보니 그의 가족은 무엇을 먹고살 것이랴. ─ 본문 중에서 일 저지른 이가 법에 따라 상해치사 죄로 오 년이란 긴 세월의 징역 언도를 받았건만 그래도 공분은 풀리지 않았었다. 경관이라 해서 법률을 굽혔다고 판결에 불만을 품은 이까지 있었었다. 이대도록 가해자에 대한 민중의 감정은 사람으로 가질 수 있는 한끝 가는 미움이 있었다. 그러나 그 속살을 자세히 알고 보면 이 극흉 극악한 죄인도 그리 미워하지 못하리라. ─ 본문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