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녀〉
이무영의 생애와 작품 신토불이 우리문학 시리즈 |
|
〈소녀〉는 1955년 5월 《사상계》에 수록된 이무영의 단편소설이다.
어서 겨울이 왔으면 하는 것이 소녀의 기원이었다. 하루에 밤이 두 번이고 세 번이고 왔으면 했다. 그래서 어서 이달이 가고 새달이 오고, 그 새달이 또 가고 했으면 싶었다. 눈이 펑펑 쏟아지고 바람이 앵앵 불어 대고 물이 꽝꽝 얼어붙고 했으면 오죽 좋으랴 했다. 그렇다고 소녀가 다른 아이들처럼 썰매를 타고 싶어서는 아니었다. 얼음을 지치고 싶어서도 아니다. ─ 본문 중에서 소녀네가 삼척으로 길을 떠나려고 짐을 꾸릴 때였다. 소녀 아버지가 일하러 갔던 일이 있는 집 아주머니가 지나다가 소녀를 달랬던 것이다. “그래라, 복순아. 아주머니댁에 가서 있으면 밴 안 곯지. 아버지가 돈 벌어가지구 또 올라올 때까지 아주머니댁에 가 있어.” 이래서 소녀는 아주머니네 식구가 된 것이었다. ─ 본문 중에서 겨울이 왔다. 소녀가 바라던 겨울이었다. 금방 떠놓은 물이 돌아서 보면 얼음이 잡히었다. 새벽, 새우잠을 자다가 꼬집히어 뛰어 일어나 나가보면 통 안의 물이 용을 쓴 채 얼어 있는 것이다. 손등은 하릴없는 옴두꺼비 등이었었다. 터진 것이 아니라 아주 쩍 갈라졌다. 피가 흐른 채로 얼어붙었다. 이 잔망한 손으로 불을 때야 했고 밤새도록 술타령을 하는 아저씨의 술상을 치워야 했고 찬을 만들어야 했다. ─ 본문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