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화염에 싸인 원한〉
나도향의 생애와 작품 신토불이 우리문학 시리즈 |
|
〈화염에 싸인 원한〉은 1926년 7~8월 《신민(新民)》에 연재된 나도향의 단편소설이다. 8월에 저자가 사망하여 미완성으로 남았다.
김상인은 어제야 비로소 여장을 풀어놓고 처음으로 동료인 이종수와 은행 집무를 끝마치고 영호루와 서악 부근의 이름난 고적도 찾을 겸 오월 하늘에 가득한 향내 도는 바람도 마시고 시원히 흐르는 강물에서 자동차 바람에 마신 티끌도 떨려니와 눈으로 보기만 하여도 살 속으로 스며드는 청렬한 기운을 쏘여 보기로 하였다. ─ 본문 중에서 며칠인지 지나갔다. 더디더디 넘는 해가 가까스로 서산에 지고 저녁연기가 길 위에 기어갈 때 상인은 동창을 몇 번인지 헤일 수 없이 열었다가 닫았다가 하였다. 희미한 달빛이 앞마당 복숭아나무 그림자를 창 위에 갖다 비쳤다. 상인은 밤빛이 깊어갈수록 기쁨도 깊어갔다. 옆에 방에서는 주인이 문을 열어젖뜨리더니 달을 보고 시조를 읊조린다. 느릿느릿 길쭉길쭉 올라갔다 뚝 떨어지고 굵었다가 가늘어지는 시조를 들으니까 어째 조급히 기다리는 시간이 느즈러지는 것 같았다. ─ 본문 중에서 “나는 호강은 못해도 그런 늙은 영감한테로 가기는 싫소.” “무엇이 어쩌고 어째. 세상이 망하려니까 송아지가 엉덩이에서부터 뿔이 난다고, 계집애년이 어쩌고 어째. 애비 에미가 보내는 대로 다소곳하고 가는 것이지 건방지게 싫소 좋소란 말이 무슨 말이야. 허허 기막힌 일이로군. 어디서 계집년이 부끄러워서도 그런 말이 안 나올 터야. 늙은 영감이 어떻단 말야. 돈이 생겨도 싫어?” “돈도 싫고 아무것도 싫어요. 나는 죽어도 그 영감에게는 갈 수가 없소.” ─ 본문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