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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 묻은 편지 몇 쪽〉
나도향의 생애와 작품 신토불이 우리문학 시리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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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 묻은 편지 몇 쪽〉은 1926년 4월 《신민(新民)》에 연재된 나도향의 단편소설이다.
병의 차도는 아직 같아서는 알 수가 없습니다. 열도가 오르내리는 것이나 피를 뱉는 것은 전과 별로 다르지 않습니다. 날마다 아침이나 저녁으로 산보를 하는 것이 나의 일과입니다. 친구도 없고 아는 사람도 별로이 없는 이곳은 나의 감정을 조금이라도 유쾌히 하여 주는 이가 없습니다. 도리어 고적함과 답답함은 차디찬 얼음으로 나의 생명을 저려놓는 듯할 뿐입니다. ─ 본문 중에서 형님! 나는 지금 몹시 비관하는 중에 있습니다. 누구에게도 무엇에게도 이 말할 수 없는 슬픈 마음을 호소해야 좋을지 모릅니다. 말을 한다 한들 들어줄 사람이 없을 것이며, 호소한들 그 호소가 무슨 힘을 나에게 주겠습니까? 다만 사형 일자를 기다리는 죄수와 같이 나의 눈앞은 죽음이라는 검은 그림자로 덮는 때만 기다릴 수밖에 없지요? 아아! 그러나 그렇게 참혹한 일이 어찌 사람으로 아니라 어찌 나로서 될 수 있는 일이겠습니까. ─ 본문 중에서 세월은 너무 쓸쓸하고 단조합니다. 마치 감옥에 들어앉은 것 같아 나의 생활은 단순합니다. 그러니 요사이 며칠은 기침이 심하고 객혈(喀血)이 더하여 몹시 신음하는 중입니다. 피가 가슴속 고통과 함께 떨어질 때 나는 세상의 모든 것을 부인(否認)하고 싶습니다. 이것이 결코 참다운 ‘생’이 아니라고. 세상을 부인하고 사랑을 부인하고 나중에는 죽음까지 부인하여 버리려 하다가도 나는 그것 하나는 부인할 수가 없었습니다. ─ 본문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