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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실(嘉實)〉
이광수의 생애와 작품 신토불이 우리문학 시리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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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실〉은 1923년 2월 12일부터 23일까지 《동아일보》에 연재된 이광수의 단편소설이다.
때는 김유신이 한창 들날리던 신라 말이다. 가을볕이 째듯이 비치인 마당에는 벼 낟가리, 콩 낟가리, 모밀 낟가리들이 우뚝우뚝 섰다. 마당 한쪽에는 겨우내 때일 통나무더미가 있다. 그 나뭇더미 밑에 어떤 열예닐곱 살 된 어여쁘고도 튼튼한 처녀가 통나무에 걸터앉아서 남쪽 한길을 바라보고 울고 있다. ─ 본문 중에서 “자네도 알거니와, 내가 떠나면 저 어린 것 혼자 남네그려. 저것이 불쌍해! 제 어멈은 어려서 죽고…… 오라범들 다 전장에 나가 죽고…… 내가 이제 나가면 어떻게 살아 돌아오기를 바라나. 싸워 죽지 않으면 병들어 죽겠고, 병들어 죽지 아니하면 늙어서 죽지 않겠나. 나도 스무 살에 군사에 뽑혀서 서른 살에야 집에 돌아오니, 부모 다 돌아가시고…… 그런 말은 해서 무엇 하나. 아무려나 내가 이번 가면 살아 돌아올 리는 만무하고……. 저것이, 내 혈육이라고는 저것 하나 밖에 안 남았네그려. 저것을 두고 가니, 내 마음이 어떻겠나.” 하고 노인은 억지로 울음을 참는다. 처녀는 그만 장작더미에 쓰러져 운다. 가실도 운다. ─ 본문 중에서 가실은 해마다 가을이 되면 주인 노인더러 놓아 보내주기를 청하였으나, 주인은 본국에 돌아가면 도리어 생명이 위태하리라는 것을 핑계로 놓아주지를 아니하고, 또 지금 열여섯 살 되는 딸의 사위를 삼으려는 뜻을 가졌다. 원래 이 노인은 아들 형제를 다 전장에 보내고, 농사할 사람이 없어 가실을 종으로 사 온 것인데, 가실이 있기 때문에 농사를 잘하여 집이 부요해졌고, 또 가실의 사람됨이 극히 진실하고 부지런하여, 족히 자기의 만년의 일생을 부탁할 만하고 믿으므로, 아무리 하여서라도 사위를 삼아 본국에 돌아갈 생각을 끊게 하려 한 것이었다. ─ 본문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