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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열의 공주(公主)와 무사(武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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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제(百濟)의 서울 부여성(扶餘城)의 의자왕궁(義慈王宮)은 마치 은행꽃 위에 떠있는 부성(浮城) 같이 수천폭이라는 은행나무 밭속에 둥실 솟아 있는데, 때가 마침 하사월 초순(夏四月 初旬)이 되어 쌔하얀 은행꽃들이 왕궁에서 피기 시작하여 팔백 여든이나 되는 절간과 백만장안의 가가호호(家家戶戶)에 안개가 낀 듯이 자욱히 끼어있으며 그 위에 후눅후눅한 사월 남풍(四月 南風)이 불어 넘칠때 마다 가지마다 피어 있던 꽃잎들이 눈보라 치듯 우수부 떨어져 길에나 담장에나 노새등에 아낌없이 쌓였다.
지금 이 은행나무 밑에 남색도포(藍花道布)에 관(冠)을 쓰고 허리에는 오동(梧桐)잎 모양으로 수를 놓은 긴 칼을 찬 청년 무사(武士) 한 사람이 이 노래를 부르면서 높다란 왕성(王城)을 자꾸만 쳐다보고 있었다. --- “정열의 공주(公主)와 무사(武士)”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