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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작철학(麻雀哲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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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려 찌는 복더위에 거리는 풀잎같이 시들었다. 시들은 거리 가로수(街路樹) 그늘에는 실업한 노동자의 얼굴이 노랗게 여위어 가고 나흘 동안 바로 나흘동안 굶은 아이가 도적질할 도리를 궁리하고 뒷골목에서는 분 바른 부녀가 별수없이 백동전 한 잎에 그의 마지막 상품을 투매하고 결코 센티멘탈리즘에 잠겨본 적 없던 청년이 진정으로 자살할 방법을 생각하고 자살하기 전에 그는 마지막으로 테러리스트 되기를 원하였다.
도무지가 무덥고 시들고 괴로운 해이다. 속히 해결이 되어야지 이대로 나가다가는 나중에는 종자도 못 찾을 것이다. 이 말할 수 없이 시들고 쪼들려 가는 이 거리, 이 백성들 가운데에 아직도 약간 맥이 붙어 있는 곳이 있다면 그것은 정주사네 사랑일까? 며칠이나 갈 맥인지는 모르나 이 무더운 당장에 그곳에는 적어도 더위는 없다. 대신에 맥주 거품과 마작과 유흥이 있으니 내려찌는 복더위에 풀잎같이 시들은 이 거리, 서늘한 이 사랑에서는 오늘도 마작판이 어우러졌던 것이다. 삼간이 넘는 장간방의 사이를 트고 아래 윗방에 두 패로 벌린 마작판을 싸고 전당포 홍전위, 정미소 심참봉, 대서소 최석사, 자하골 내시 송씨, 그 외에 정체모를 수많은 유민들이 둘러앉아서 때묻은 마작쪽에 시들어가는 그들의 열정을 다져서 마작판을 탕탕 울린다. “펑!” “깡!” 그러나 흥겨운 이 소리가 실상인즉 헐려가는 이 계급의 단조한 생활을 상징하는 풀기 없는 음성으로밖에는 들리지 않았다. 한 끗에 맥주 한 병씩을 걸고 날이 밝도록 세월없이 마작판을 두드리는 그들의 기력 없는 생활의 자멸을 재촉하는 단말마적 종소리로밖에는 들리지 않았던 것이다. “펑!” “깡!” “홀나!” 양동이에 얼음을 깨트려 넣고 그 속에 채운 맥주를 잔 가득 나누고 마작쪽이 와르르 흩어지니 판은 또다시 시작되었다. “오늘이나 소식이 있을까.” --- “마작철학(麻雀哲學)”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