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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신난(容身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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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 봄 어떤 날 황혼이었다.
목포역을 떠나 서울로 가는 밤차는 호남선 송정리역(松汀里驛)에 닿았다. 고요한 시골 산천을 울리는 차 바퀴 소리가 뚝 그치자 뒤이어 내리는 손님, 오르는 손님들로 하여 쓸쓸하던 시골 역은 들썩하였다. 들썩한대야 서울 정거장에 비기면 아무것도 아니지만은 한 달에 여섯 번씩 열리는 장날이나 그렇지 않으면 명절 때밖에 사람의 물결 소리를 들을 수 없는 시골이라 매일 몇 차례씩 들레게 되는 정거장은 참말 위태하고도 복잡한 곳이었다. 이삼 분 되나 마나 해서는 들레던 물결도 고요하여졌다. 그때는 오를 사람은 다 오르고 내릴 사람은 다 내려서 출구 밖으로 나온 때였다. 인제 들리는 것은 기관차가 뿜어내는 김 소리와 역부들이 외치는 미미한 소리였다. 그것은 극히 미미한 소리였다. 기관차의 숨소리에 위협을 받았는지 사람의 소리는 소리로서의 아무 효력도 보이지 못하였다. 다닥다닥 잇닿은 차장으로 들여다보이는 사람의 그림자들은 보는 사람의 눈에 많은 존재를 비추어 주지만 그것도 딱 버티고 길게 늘어진 엄연한 차체의 존재에 대면 역시 미미한 존재이었다. --- “먼동이 틀 때”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