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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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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
소녀는 확실히 누구의 사진인가 보다. 언제든지 잠자코 있다. 소녀는 때때로 복통이 난다. 누가 연필로 장난을 한 까닭이다. 연필은 유독하다. 그럴 때마다 소녀는 탄환을 삼킨 사람처럼 창백하다고 한다. 소녀는 또 때때로 각혈한다. 그것은 부상한 나비가 와서 앉는 까닭이다. 그 거미줄 같은 나뭇가지는 나비의 체중에도 견디지 못한다. 나뭇가지는 부러지고 만다. 소녀는 단정(短艇) 가운데 있었다. 군중과 나비를 피하여. 냉각된 수압이, 냉각된 유리의 기압이, 소녀에게 시각만을 남겨 주었다. 그리고 허다한 독서가 시작된다. 덮은 책 속에 혹은 서재 어떤 틈에 곧잘 한 장의 ‘얄따란 것’ 이 되어 버려서는 숨고 한다. 내 활자에 소녀의 살결 냄새가 섞여 있다. 내 제본에 소녀의 인두 자국이 남아 있다. 이것만은 어떤 강렬한 향수로도 헷갈리게 하는 수는 없을. --- “실낙원”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