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혼인
|
|
굴깨라는 동네 이름은 굴이 난다는 데서 온 것이외다. 뒤에 큰 산을 진 서해 바닷가에 스무남은 집이나 서향하고 앉은 것이 굴깨라는 동네이니, 동네 주민은 반은 농사하는 사람이요, 반은 해산(고기잡이)하는 사람이외다. 한 동네에 살건마는 농사하는 사람은 농부의 기풍이 있어서 질박하고, 고기잡이 하고 배에 다니는 사람은 뱃사람의 기풍이 있어서 술도 먹고 노름도 합니다. 이 동네에 금년에 큰일 둘이 생겼습니다.
스물 댓 살 되는 장정군 뱃사람 하나이 장가든지 한 달이 못하여 죽은 것과 열 여섯 살된 새색시가 시집간 이튿날 물에 빠진 일이외다. 뱃사람이 죽은 것은 금년 이른 봄 아직 바다에 얼음이 안 풀려 뱅어잡이 배도 떠나지 아니하고 겨우 아이들이 빨갛게 얼어서 칡게 잡이 다닐 때요, 새색시가 물에 빠진 것은 벼도 거의 다 베고, 벌써 황해도로 고기 팔아 좁쌀 사러 가려는 도부배들이 독에 뚫어진 곳을 기우면서 팔월 보름사리 물이 굴바위에 올라 오기를 기다릴 때외다. --- “혼인”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