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주회시(蜘蛛會豕)
|
|
1
그날 밤에 그의 안해가 층계에서 굴러 떨어지고 공연히 내일 일을 글탄 말라고 어느 눈치 빠른 어른이 타일러 놓셨다. 옳고말고다. 그는 하루치씩만 잔뜩 산(생[生])다. 이런 복음에 곱신히 그는 덩어리(속지말라)처럼 말(언[言])이 없다. 잔뜩 산다. 아내에게 무엇을 물어보리요? 그러니까 아내는 대답할 일이 생기지 않고 따라서 부부는 식물처럼 조용하다. 그러나 식물은 아니다. 아닐 뿐 아니라 여간 동물이 아니다. 그래서 그런지 그는 이 귤궤짝만한 방 안에 무슨 연줄로 언제부터 이렇게 있게 되었는지 도무지 기억에 없다. 오늘 다음에 오늘이 있는 것. 내일 조금 전에 오늘이 있는 것. 이런 것은 영 따지지 않기로 하고 그저 얼마든지 오늘 오늘 오늘 오늘 헐 일 없이 눈 가린 마차 말의 동강난 시(視)야다. 눈을 뜬다. 이번에는 생시가 보인다. 꿈에는 생시를 꿈꾸고 생시에는 꿈을 꿈꾸고 어느 것이나 재미있다. 오후 네 시. 옮겨 앉은 아침 여기가 아침이냐. 날마다다. 그러나 물론 그는 한 번씩 한 번씩이다. (어떤 거대[巨大]한 모[母]체가 나를 여기다 갖다 버렸나) 그저 한없이 게이른 것 사람 노릇을 하는 체 대체 어디 얼마나 기껏 게으를 수 있나 좀 해보자. 게으르자. 그저 한없이 게으르자. 시끄러워도 그저 모른 체 하고 게으르기만 하면 다 된다. 살고 게으르고 죽고 가로대 사는 것이라면 떡먹기다. 오후 네 시. 다른 시간은 다 어디 갔나. 대수냐. 하루가 한 시간도 없는 것이라기로서니 무슨 성화가 생기나. --- “지주회시(蜘蛛會豕)”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