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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군(君)을 생각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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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一]
H군이 죽은지가 벌써 넉 달이 되었다. 첫여름에 죽어서 벌써 늦은 가을이 되었으니, 그의 무덤에 났던 풀도 지금은 서리를 맞아 말라버렸을 것이다. 이 무덤을 지키고 있는 H군의 애인 C는 서리 맞아 마른 풀잎사귀를 뜯고 애통하고 있을 것이다. 장래 많은 청춘의 산 같은 희망과 꽃 같은 애인을 두고 가는 H, 홀로 살아 남아 외로운 무덤을 지키고 우는 C, 아아 이 무슨 비참한 일인고. 이[二] 나는 이 불쌍한 청년, 나의 심히 사랑하는 친구, 조선을 위하여, 진리를 위하여 믿고 바람이 많던 H의 일을 회억해 보자. 오늘은 그가 죽은지 일백스무째 날이니, 그의 눈물과 피로 된 짧은 역사를 회억해 보자. 나의 슬픔은 아직도 새로워서 그를 생각할 때에 그의 역사의 두서를 찾을 여유가 없다. 그냥 생각나는 대로 회억해 보자. 이렇게 그에게 대한 회억을 적어 놓는 것이 나의 슬픔을 조금이라도 완화하는 것도 같고, 또 사랑하는 친구를 생각하는 귀한 슬픔을 영구히 보존하는 것도 같다. 내가 만일 오래 살기를 하나님께서 허하신다 하면, 내가 백발을 날릴 때에 등불 밑에 이 책을 펴 놓고 가버린 친구의 옛 기억을 울기도 할 것이다. --- “H군(君)을 생각하고”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