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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번째 방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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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발
통화(通化)는 시골이라고들 한다. 그리고 아직껏 위험하다고들 한다. 그는 진도(陣刀) 모양의 끈 달린 지팡이를 가지고 있었다. 나는 그것이 금세 칼집에서 불쑥 알맹이를 드러내는 것이나 아닌지 겁이 났다. 나는 또 그에게 아편을 본 적이 있느냐고 물어 보았다. 그가 어떤 대꾸를 했는지, 그건 잊어버렸다. 그― 그는 작달막하고 이쁘장하게 생긴 사나이다. 안경 쓰는 걸 머리에 포마드 바르는 것처럼이나 하이칼라로 아는 그는 바로 요전까지 종로의 금융조합에 근무하고 있었단다. 그가 나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는 모르지만, 나는 그를 아주 사람 좋고 순진하고 인정이 넘치는 사람인 줄 알고 있다. 그를 멸시할 생각도 자격도 나에겐 추호도 있을 수 없다. 그리고 그는 현재 만주의 통화라는 곳에 전근해 있다고 하지 않는가. 오랜만에 돌아온 경성은 정답기 그지없다고 한다. 경성을 떠나고 싶지 않다. 카페, 그리고 지분(脂粉)냄새도 그득한 바하며 참으로 뼈에 사무치게 좋다는 게다. 통화는 시골이라 오락 기관 - 그의 말을 따르면 - 같은 것이 통 없어서 쓸쓸하단다. 나는 그의 말에 일일이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실상 나는 그 방면의 일은 제법 잘 알고 있을 것 같으면서 조금도 그렇지 못한 것인데, 그는 자꾸만 그런 것에 대해 고유명사를 손꼽아 대곤 나를 깜짝깜짝 놀라게 하는가 하면, 또 나아가서는 사계(斯界)의 종업자(從業者)인 나보다도 이처럼 많은 것을 알고 있다는 걸 뽐내 보임으로써, 그 천생의 도락벽에다 여하히 달콤한 우월감을 더해 볼까 하는 속셈인 것 같으나, 나는 또 나로서 사실 말이지 그의 여러 가지 이야기에 고분고분 경의를 표하지 않을 수 없는 노릇이었다. --- “첫 번째 방랑” 중에서 |